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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1월 11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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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1일 — 기억을 나누는 날

오늘의 역사

1918년 11월 11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습니다.

그날 오전 11시, 전선의 총성이 멈추었고
지구는 잠시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수백만의 생명이 사라진 뒤에야,
사람들은 평화가 얼마나 조용한 것인지 배웠습니다.

유럽의 거리마다 종이 울리고
누군가는 무릎을 꿇었고
누군가는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그날 이후 11월 11일은 ‘기억의 날’이 되었지요.

기억은 슬픔의 반복이 아니라,
다시는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씨앗입니다.


오늘의 기도

오늘도 도시의 인도 위엔
빼곡히 빼빼로가 쌓였습니다.
사람들은 달콤한 선물로 웃음을 나누지만,
한쪽 구석에서는 노인이 벤치에 앉아
작은 국화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속삭였습니다.
“당신이 떠난 지 벌써 사십 년이네요.”

그의 옆에는 손녀가 앉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오늘 무슨 날이에요?”
“사람들이 전쟁을 멈춘 날이란다.”
“그럼, 우리도 싸우지 말자요.”

노인은 웃었습니다.
작은 손이 그의 거칠어진 손등 위에 얹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은 아주 잠시
다시 평화로워졌습니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고요한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잃은 이름들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들의 고요한 희생이
오늘의 평범한 웃음이 되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하소서.

시간이 흘러도
진실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게 하소서.
기억이 아픔을 넘어
자비의 언어가 되게 하소서.

세상이 다시 다투고,
서로의 말에 상처를 낼 때마다
그날의 침묵을 떠올리게 하소서.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남아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오늘 하루,
우리가 말 대신 손을 내밀게 하시고
판단 대신 이해를,
무심함 대신 따뜻함을 선택하게 하소서.

그리고 하루의 끝에서
이렇게 고백하게 하소서.

“나는 오늘,
사랑을 기억했고
기억으로 사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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