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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1월 10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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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10일 — 조용한 진실의 무게


오늘의 역사

1997년 11월 10일,
프랑스의 철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인류의 삶을 “패턴과 구조의 언어”로 읽어내려 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 신화, 관계 속에도
늘 어떤 질서와 반복, 그리고 보이지 않는 의미가 흐른다고 믿었지요.

그의 죽음은 단순한 학자의 종말이 아니라,
“모든 인간은 서로의 구조를 닮아 있다”는
깊은 성찰의 유산을 남긴 날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던 연결을 보려 했던 한 사람의 시선 —
그것이 오늘,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됩니다.


오늘의 기도

도서관 구석 창가 자리,
한 여학생이 낡은 철학책을 펴놓고 있었다.
책장마다 손때가 묻은 메모,
“모든 관계는 거울이다.”
연필로 적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다 그친 하늘 아래,
두 아이가 같은 우산 아래에서 웃고 있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걸어도
결국 비슷한 질문을 품고 산다는 것을 —
어떻게 사랑할까,
어떻게 상처를 덜어낼까,
어떻게 혼자가 아닐 수 있을까.

책을 덮는 순간,
그녀의 눈빛엔 고요한 확신이 깃들었다.
“모든 인간은 서로의 구조를 닮아 있다.”
그 말이, 이제는 마음으로 읽혔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잔잔한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보이지 않는 연결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알아보게 하소서.

사람의 말과 표정,
그 이면의 떨림 속에도
당신의 숨결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하소서.

우리가 쉽게 판단했던 이들의 마음에도
우리의 그림자가 머물고 있음을 보게 하소서.
그들의 고집 속에 우리의 두려움이 있고,
그들의 침묵 속에 우리의 외로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소서.


관계의 구조가 상처가 아니라
이해의 문이 되게 하소서.
다름이 부딪히는 곳마다
새로운 조화가 태어나게 하소서.

오늘 하루,
말보다 마음이 먼저 닿게 하시고,
침묵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를 느끼게 하소서.

그리고 하루의 끝에,
이렇게 고백하게 하소서.

“나는 오늘,
다른 이의 눈 속에서 나를 보았습니다.
그 눈빛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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