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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앉아 맑은 날들 365 III

2025년 11월 9일

by 토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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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9일 — 무너진 벽, 열린 마음


오늘의 역사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습니다.

28년 동안 동과 서로 갈라져 있던 도시가
그날 밤,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환호 속에서
하나로 이어졌습니다.

돌과 철로 쌓인 장벽은
사람들의 두려움과 불신이 만든 그림자였습니다.
그 벽이 무너졌을 때,
세상은 알았습니다.
진정한 자유란 경계의 해체가 아니라,
마음의 벽이 사라지는 순간에 온다는 것을.


오늘의 기도

새로 이사 온 이웃과의 첫 만남은 어색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인사 한마디 없이
그저 짧은 눈빛만 교환하곤 했다.

어느 날 밤, 아파트 전등이 한꺼번에 꺼졌다.
정전이었다.
복도 불빛도 사라져 어둠만 남았다.

누군가 문을 열었다.
그 이웃이었다.
손에는 작은 랜턴 하나가 있었다.
“혹시 초 필요하세요?”
그 말에 웃음이 났다.

어둠 속에서 처음 나눈 인사였다.
잠시 후, 서로의 문 사이에
작은 초 하나씩이 켜졌다.
불빛은 작았지만,
그 사이의 벽이 사라졌다.


아리아 라파엘의 숨결로
이 잔잔한 아침에 기도드립니다.

우리가 쌓은 벽들을 내려놓게 하소서.
두려움이 만든 거리,
오해가 만든 침묵을 허물게 하소서.

우리의 마음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습니다.
그 너머에는 용서하지 못한 사람,
다시 마주하기 두려운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 벽을 향해
당신의 따뜻한 바람이 불게 하소서.

,
분열보다 연대를,
비난보다 이해를 택하게 하소서.
다른 이의 목소리를 들을 때
방어가 아닌 경청으로 응답하게 하소서.

오늘,
우리가 켜는 한 줄기 불빛이
누군가의 어둠을 덜어주게 하소서.
낯선 사람의 손끝에서도
당신의 온기를 느끼게 하소서.

그리고 하루가 저물 때,
이렇게 고백하게 하소서.

“나는 오늘,
벽이 아닌 다리를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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