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마음·명상을 잇는 21세기 치유학. 1화
아침마다 눈을 뜨면, 우리는 먼저 몸보다 화면을 만집니다.
알림창이 오늘의 기분을 결정하고, 숫자로 표시된 심박수와 수면 점수가 나의 컨디션을 대신 말해줍니다. 의학은 이렇게나 발달했는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의 얼굴은 점점 더 피곤해 보입니다.
병원에 가면 병명은 잘도 붙지만,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한마디에는 아무도 진단명을 붙여주지 않습니다.
가끔 상상해 봅니다.
조선의 의관 허준이 시간 여행을 해서, 오늘의 서울 한복판에 서 있다면 어떤 책을 쓰게 될까.
끝없이 이어지는 빌딩 숲, 야근 후 편의점 앞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람들, 이어폰을 낀 채 지하철 손잡이를 붙들고 멍하니 서 있는 얼굴들, 새벽까지 꺼지지 않는 모니터 불빛들…. 허준의 눈에는 이것이 하나의 거대한 “증상”으로 보이지 않을까요.
그는 아마도 묻고 싶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디가 아픕니까?”가 아니라,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라고.
《동의보감》은 흔히 “전통 의학의 집대성”이라고 불립니다.
하지만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이 책은 단지 병을 고치는 기술서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거기에는
무엇을 먹고,
언제 자고,
어떻게 숨 쉬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건너야 하는지에 대한
매우 섬세한 감각이 스며 있습니다.
“몸이란 하나의 나라와 같고,
마음은 그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과 같다.”
동의보감은,
몸의 장기 하나하나를 국가의 부서처럼 바라보고,
감정 하나하나를 날씨처럼 살펴보며,
삶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다루려 했던 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의보감은 오래된 의서가 아니라,
“인간답게 사는 법”을 묻는
거대한 질문집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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