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처럼 다시 시작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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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은 생각보다 ‘사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더 중요한 건, 꾸준함이었다.
클릭. 또 클릭.
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달고, 반응을 기다리고…
그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마철이는 오래전 하던 RPG 게임을 떠올렸다.
그 게임은 ‘노가다 게임’이라 불렸다.
같은 사냥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현금 40만 원짜리 ‘날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의 마철이는 끈기도, 욕심도 없었다.
마철은 지금까지 인생의 모든 과제를 적당히 해왔다.
게임에서도 그랬다.
퀘스트보다 마을 광장에서 수다 떠는 게 더 즐거웠고
게임 속에선 인싸였지만 현실에 남는 건 없었다.
그런 마철이가 묘하게 달라졌다.
현실의 날개를 위해 노가다를 시작한 것이다.
‘이건 노력하면 밥을 먹을 수 있네?
그 게임은 십 년을 해도 안 됐는데
한 달에 카페 한 번이라도 무료로 마시면 괜찮지 않을까?’
마철이는 삶을 게임처럼 다시 플레이해보기로 했다.
선생님도 정답도 없었다.
잘하는 사람들의 피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연구했다.
놀랍게도 마철이는 목표가 생기니 꾸준히 하는 사람이었다.
마철은 그걸 몰랐다.
인생의 큰 목표가 없던 사람이니.
그걸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1달, 2달, 3달.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 하나하나 다듬고,
설명을 붙여 올렸다.
작지만 성실한 패턴이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연락 하나가 도착했다.
“사진 좀 찍어주실 수 있나요?”
작은 한 줄이, 마철이의 가슴을 뛰게 했다.
작은 승리였다.
‘나는 이제, 남이 아닌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
그 작지만 선명한 감정이
마철이를 앞으로 밀어줬다.
그리고 마철은 현실의 날개를 얻었다.
시작이었지만 분명한 한 발걸음이었다.
딩동.
“아, 저 그… 연락드린 사진 촬영 때문에 왔는데요.”
머쓱한 표정으로 들어갔다.
마철과 우산은 연락을 받고 한 카페를 찾았다.
그 카페는 오픈 기념으로 SNS 계정을 초대한 날이었다.
다들 손에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마철이는 4년 넘게 쓴 구형 아이폰을 꺼냈다.
초라해 보일 법도 했지만
DSLR보다 휴대폰이 익숙했다.
더 잘 찍을 자신도 있었다.
그는 한 장 한 장, 정성껏 사진을 찍고
한 줄 한 줄, 글을 붙였다.
우산은 마철의 옆에서 작게 감탄했다.
“와… 이런 세계도 있구나.”
그날 이후 마철과 우산은 카페 식당을 돌았다.
처음엔 긴장돼서 사장님 얼굴도 못쳐다봤다.
음식을 무료로 먹는 자신이 너무 창피했다.
내가 굳이 이렇게 까지 창피함을 견디고 밥과 커피를 먹어야 할까?
마철은 누군가에게 대접받아본 경험이 적었다.
그래서 사진과 글 영상에 대한 정당한 댓가 라는 생각 보다
자신이 염치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 보였다.
돈을 더 쓰고 나와야 하는건 아닌지 의문이들어
제공메뉴보다 더 주문하고 나온적이 많았다.
어느날은 카페 사장님의 인생얘기와
사업가치관을 1시간 넘게 듣고오기도 했다.
귀에 피나는 것 같았지만 마철은
아 사업이란 이렇게 열정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구나.
모든 장사에 열정 없는 사람은 없구나.
아니 열정보다 삶을 유지하기위해
처절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는구나
라는걸 깨달았다.
마철의 SNS가 유명해지며
돈을 지불하고 먹던 것 보다
사장님의 대우가 좋은 곳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마철은 사람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예전엔 사람을 ‘많이’ 만나던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사람 현장에서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이들
장사가 잘되는데도 계속 발품을 파는 사장님
부모님의 가게를 물려받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사장님
간절함이 묻어나는 작은 가게들…
마철이 방문한 곳들은 대부분 맛이 있었다.
하지만 그중엔 요령보다 진심이 느껴지는 집들이 있었다.
그런 가게일수록 마철은 더 잘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더 공들여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고
글을 썼다.
가게를 다녀보니 어떤 가게들이 잘 되는 가게들인지
소비자의 니즈를 알게 되었다.
마케팅에 대한 부분도 고민하게 됐다.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작은 코멘트를 남겨주기도 했다.
문득
오래전에 장사를 접은 이모와 외숙모가 떠올랐다.
그들의 가게도 진심이 있었지만
세상은 언제나 정직한 마음만으론 부족했다.
마철은 그 마음을 안다.
그래서 지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작은 SNS 속 ‘기록’을
누군가에겐 ‘현실의 날개’가 되도록
정성을 쏟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