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생각하는 '생산적인 일'의 기준은?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말을 달고 살았다.
'나는 살면서 1인분은 하는 사람일까?'
뒤따라오는 대답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이 다음으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
그러니까 '생산적인 일' , '사람으로서 1인분은 하는 일'
그게 '돈을 버는 것'이었나 보다.
그래서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다시 일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고, 몽롱함 속에서 일을 할 정신은 사라져 갔다.
매일 눈뜨면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해하는 내가 미웠다.
그래서 눈뜨는 게 싫어서, 약에 힘을 빌려 자기도 하고
그렇게 겨우겨우 하루씩 넘겨 보냈었다.
다시 내가 만든 어둠 안에 들어갈 준비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동화를 보면, 주인공이 엄청 거대한 괴물한테 잡아먹혀도
안에서 무기를 휘둘러 배를 가르고 나와서 이겼다고, 살았다고 좋아하던데.
그 무기가 호신용이 될지, 아니면 주인공을 포기하게 할 반대가 될지.
사용하는 본인만 알 수 있으니까.
무기를 어느 방향으로 쓰느냐가 참 중요한 거 같네.
그럼 나는 어떤 동화 속에 있는 걸까?'
매 순간 수없이 내면과 싸운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항상 빈 공간 허한 마음.
그래서 나는 무기 드는 걸 아예 멈춰버렸다.
애써서 힘을 쓰는 것도, 벗어나려 하는 것도
모두 나를 더 지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쯤.
그림자와 싸우려고 하기보다 그 옆에 누워버렸다.
눈을 감으면 덜 괴로울 것 같아서. 보지 않기로 했다.
사람들은 말한다.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해야 한다고.
시간을 의미 있게 써야 한다고.
근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일까.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하루도 있을 텐데.
지금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그 시간도 결국 나였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나'가 아니라
그 안에서 '버텨내던 나'였다는 걸
조금은 알 거 같다.
Q. 당신이 버텨낸 시간은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요?
그렇게 버텨낸 시간들이, 이미 당신을 지켜온 힘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