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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와 셋째 오빠 이야기

by 솔이

경상도 남자들은 왜 이렇게 표현에 인색할까.

겉으로는 싫은 척 관심 없는 척 해도

삼월이가 집에 없으면 안절부절못하는

이 웃긴 남자는 삼월이의 셋째 오빠이다.


마냥 예뻐해 주고 사랑으로만 키우려고 하는

우리 가족 중 유일하게 강아지에 대해 공부하고

이것저것 노력하려 했던 사람이다.

삼월이한테는 호랑이 교관이겠지만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출현했을지도... ㅎ


한창 셋째 오빠가 삼월이 교육에

열을 올릴 때는 삼월이도 그런 오빠가 질렸는지

같이 산책 나가기를 거부하곤 했다.. ㅎ

가족들은 삼월이가 크면서 산책을 자연스럽게

잘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 가졌고

셋째 오빠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답답해했다.


지지하는 사람이 없어도 항상 삼월이 목줄을

잡고 산책했고, 그 덕에 지금 삼월이는

줄을 잡는 사람이 달라도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춰 걸을 줄 아는 강아지가 됐다.

산책을 자주 시키는 오빠이기에

대형견 산책을 시키는 게 얼마나 울고 웃는

일인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 동네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유독 많은데

항상 삼월이 처럼 큰 강아지는

무슨 종인지 물어보시고는 한다.

무슨 종이냐고 물으시면 답하기가 편할 텐데

'얘는 뭐고' 부터해서 '뭐라 부르더라' 하시면서

다양하게 질문을 하신다.


한 날은 산책을 하는데

나이대 있으신 아주머니께서

"아우, 너무 귀엽다. 얘 이름이 뭐예요?"

라고 물으셨다고 한다.

당연히 종을 묻는 줄 알고 "리트리버요" 라고

대답했고 그 아줌마는 삼월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리트리버야~ 어우 리트리버야~

너 참 귀엽구나~" 라고 예뻐했다고 한다..

산책하면 귀엽게 생긴 삼월이를 예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인류애를 상실하게 만드는

상종하기 싫은 사람도 있다.


특히 셋째 오빠는 그런 사람들이랑 시비 붙은

날이면 할머니, 첫째 언니

식탁에 둘러앉아 뒷담화 타임을 가진다.


오토바이 소리에 예민한 삼월이를 보고

일부러 시동을 거는 배달기사들부터

잘 걷고 있는 삼월이에게 입마개 안 한다고

무지성으로 지적하는 사람..

쓰는 지금도 질려버리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삼월이가 1살이 되기 전에는 그런

뒷담화 타임이 거의 매일 있었다.


할머니, 첫째 언니, 셋째 오빠가 돌아가며

산책을 했기에 만나는 사람도 다양해서...

그리고 아직 삼월이 산책이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기 전이라 모든 것에 반응했던 거 같다.


대형견주 경력 1년이 넘은 지금,

시답잖은 시비에는 흔들리지 않는다.

셋째 오빠는 돈을 많이 벌어서 삼월이를

호강시키겠다는 다짐(사실 나만의 생각)으로

지금은 삼월 관리를 모두 일임하고

지금은 공부에만 매진 중이다.

그래도 마음 약한 경상도 남자...

삼월이가 심심해하는 거 같으면

20분이라도 옥상에서 함께 뛰어주고,

털이 지저분하면 잠깐이나마 빗질해 주고..


삼월이에게 다가 온 첫 생일을 챙긴 것도

셋째 오빠와 할머니였다.

셋째 오빠와 산책하지 않고 나서는

모순적이게도 삼월이와 셋째 오빠의 관계가

더 좋아진 듯 느껴진다.. ㅎㅎ


오빠가 늦은 시간 귀가할 때면 삼월이랑

산책 겸 마중을 나가는데

아침에 봤어도 한 달은 못 본 거 마냥 반긴다.


그럴 때면 셋째 오빠는

"야. 야. 알았어. 그만해."라고 자기 딴에는

감정을 빼고 얘기하지만

표정을 보면 입이 귀에 걸렸고

나는 그 모습이 웃기기만 하다 ㅋ

또 공부하는 와중에도

삼월이랑 어디 놀러 가려고 같이 갈 건지

의사를 물어보면

"아, 그렇게 말하면 거절하기 좀 글치"

라고 싫은 티는 내면서

공부할 거 바리바리 챙겨 와서는

본인도 나름 힐링하곤 한다...


어차피 할 거면 좋게 하면 되는 거지

싫은 티는 왜 내는 건지~

내 주변 경상도 남자들은 이런 부분에서

다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이해 안 됨!)

툭툭 거려도 셋째 오빠는 아기강아지일 때부터

30kg의 뚱견이 된 지금까지 삼월이를

한결 같이 아껴준다.

술만 마시면 삼월이 옆에

한참을 누워 예뻐해 주고

날씨가 더울 때면 발이 뜨거울까 봐

삼월이를 번쩍 들어 옮겨주고

차 탈 때면 혹시 넘어지지 않게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삼월이 옆에 앉는다.

삼월이도 그런 오빠를 많이 사랑한다.


아침에 나갈 때부터 저녁에 집에 들어올 때까지

같은 자리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1시간만 떨어져 있어도

1년은 떨어진 거처럼 반긴다.

삼월이도 셋째 오빠도

서로의 곁을 지켜주며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주고 있다.


분명 셋째 오빠의 노력이

나와 함께 본 벚꽃처럼 활짝

피는 순간이 곧 찾아올 거야!

조금만 더 파이팅!!♧

-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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