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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와 할머니 이야기

by 솔이

삼월이가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너의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야?"

라고 묻는다면 분명 "할머니!"

라고 대답 할 것이다.


할머니가 편하고 좋다는 의미도 있지만

할머니가 가장 만만하다는 의미도 있다.

삼월이에게 할머니는 우리 집 서열 꼴.찌.


할머니가 집 밖에 나오면 다리 걸기부터 시작해서

몸통 박치기를 하며 장난을 걸고 놀자고 한다.

아기맹수시절부터 삼월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주말에는 밭에 가곤 했다.


어릴 때는 마냥 뛰어다니고 사고만 치더니

할머니의 말에 의하면 지금은

예쁜 짓을 많이 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할머니가 할아버지한테

조금만 큰 소리로 잔소리를 하면 손으로 할머니를

툭툭 치면서 그만해라고 말린다고 한다.

또 농막의 작은 방 안에는 삼월이를

못 들어오게 했더니 어떻게라도 같이 있고 싶어

머리나 손이라도 방에 넣고 싶어한다고 한다.


집녑의 박삼월.

결국 얼마 전 방에 입성하기에 성공한다.

삼월이 할머니는 생각보다 더 엉뚱한 사람인데

삼월이가 중성화 수술한 날 힘이 없는

삼월이를 보고 눈물을 펑펑 흘리고서는

집에서 쉬고 있는 삼월이에게 책을 읽어 주셨다.


더 웃긴 건 책을 읽어준 지 5분도 되지 않아

할머니는 삼월이 옆에서 함께 잠이 들었다..;;

삼월이 할머니는 종종 강의를 나가는

멋진 프리랜서인데 중요한 날을 앞두고는

삼월이를 앞에 앉히고 강의 연습을 하곤 했다.


감정을 숨길줄 모르는 솔직한 삼월이..

할머니가 강의만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납작 엎드려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잠 잘 준비를 한다.

삼월이의 가장 친한 친구는 할미라 했던가..

삼월이가 할미를 친구가 아닌

주인으로 생각하는 유일한 상황이 있다.


그건 할미가 쫌쫌따리 모은 쌈짓돈으로

삼월이의 간식을 사줄 때이다.

어떻게 아는 건지 함께 펫마트에 가면

그날은 유독 더 힘차게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길을 안내한다.

덕분에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1개 주는 스티커를 벌써 6개나 모았다.

프리랜서인 할미는 삼월이의 하루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람이다.


최근에 작은 에피소드는

아래 왼쪽 사진처럼 삼월이가 지내는 3층과

다른 사람들이 지내는 1, 2층 사이에는

안전가드가 설치되어 있다.

어느 날, 할미와 오빠가 집에 들어오며 안전가드를 꽉 닫지 않아 살짝 열려있게 되었고 그 사이에 택배기사님께서 방문을 하셨다.


사람이 온 걸 알게 된 호기심대마왕 박삼월은

그 길로 안전문을 뚫고 돌진했고

택배기사님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자주 만나는 기사님이라

삼월이가 돌진하기 전 할미가

"기사님! 놀라지 마세요"라고 경고할 수 있었고

일하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기사님이 보내

택배배송완료 사진에는 삼월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아래 우측 사진)

할미는 삼월이랑 산책도 해주는 좋은 친구인데

가끔 언니가 일을 마치는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


아래 오른쪽 사진은 멀리서 걸어오는 언니를 보고

언니가 맞는 건지 긴가민가해하는

귀여운 박삼월의 사진이다.


삼월이 개춘기 시절에는 너무 줄을 당기고

오토바이. 비둘기. 뛰어다니는 사람 등

조그만 자극에도 크게 반응을 해서

난이도가 아주 높았다.

간헐적 사랑꾼 할아버지는 힘이 세고

철이 없는 삼월이와 산책하다

혹여 할미가 다칠까 봐 걱정하고는 했다.

삼월이가 아주 어릴 때는 할머니의 산책 지분이

아주 낮았고 아침 산책을 언니가 담당했다.

하루는 언니가 일이 생겨 아침 산책을

할미에게 맡기게 되었다.


할미가 아침 산책을 시켜주려고 밖에 나와도

할미는 평소에 산책을 해 주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삼월이가 할미를 쓱 보고는 다시 엎드려 잤다는

웃픈 기억도 있다...!


그럼에도 삼월이가 할미를 편하게 생각하고

가장 잘 따른다고 느끼는 건 샤워할 때이다.


언니. 오빠랑 샤워할 때는 도망치기 바쁘지만

할미의 손길 한 번이면 금방 얌전해진다.

할미와 함께 얌전히 샤워하는 삼월이를 보면

그저 신기할 다름이었다.


그렇게 할머니는 삼월이에게

삼월이는 할머니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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