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삼월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그건 바로 '할아버지'이다.
사실, 원래 할아버지는 삼월이의
애정순위 꼴찌라고도 볼 수 없는...
관심 밖의 인물이었다.
삼월이가 어릴 때 애정 테스트를 해보려고
가족이 모두 빙 둘러앉아 삼월이 이름을
외쳤고 그러던 중 샤워를 마치고 나온
할아버지가 "삼월이" 하고 부르자
거짓말 보태지 않고 삼월이가
"흥"과 같은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를
쌩하니 지나간 레전드 사건이 있었다.
아마 할아버지와 가장 떨어져 시간을 보내고
친밀감이 덜 형성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삼월이 할아버지는 유명한 전국일주가 인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시기 때문에
거의 주말에만 집에 오신다.
지금은 삼월이가 우리 집에서 가장
말을 잘 듣고 잘 따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할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주말은
발소리만 듣고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입에 두 개씩 물고 반긴다.
장난감을 입에 물면 방언이 터져
곧 한국어를 할 듯이 옹알이를 하는데
그 모습을 보면 귀엽고 웃겨 뒤집어진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날부터 삼월이가 할아버지를 되게 좋아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할아버지는
주말이면 삼월이와 아침 일찍 산책을 나가고
밭에 갈 때는 꼭 함께 가주신다.
또 밭에 오면 그 나름 신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구마, 국에 빠진 고기 등등을
삼월이가 만족스러워할 만큼 몰래 주시기도 한다.
삼월이와 할아버지의 이런 은밀한(?)
비밀들이 하나 둘 쌓여가며 아마
삼월이의 애정도 그에 비례하게
커졌을지도 모른다.
밭에 갈 때는 보통 트럭을 이용하는데
처음에는 낑낑거리고 돌아다녀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꽤 애를 먹었다 한다.
지금은 견생 2년 차, 트럭쯤은 점잖게 타고
밭에서 돌아올 때 할아버지 손길을 느끼며
자는 시간은 삼월이에게 행복 그 자체이다.
하지만 웃프게도 삼월이가 할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조수석에 누워 자게 되자
큰 삼월이 몸집 덕분에 할머니는 몸을 구겨서
트럭을 타고 오셔야 하기에
불편하다고 하신다.
삼월이가 할아버지 농장에 따라가면
무조건 꼬질 해져서 오는데
삼월이가 지저분해지는 만큼
얼마나 잘 놀고 왔는지 알 수 있다.
밭은 산이랑 이어져있어 울타리를 치고 생활하는데
한 날은 삼월이가 울타리 밖 과수원을 관리하는
할아버지 옆에 있다가 갑자기 사라져
한참을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걱정이 된 할아버지는 그 길로 삼월이를
찾아 나섰고 삼월이가 갈 만한 곳 어디에도
찾을 수가 없어 일단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멀리서 물장구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소리를 따라가니 물웅덩이에서
흙범벅을 한 삼월이가 놀고 있었다고...
얼마나 재밌는지 할아버지가 온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꽤 오랜 시간
더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슬프게도 할아버지는 이 날
삼월이를 찾으러 다니시다가 대나무 밭에서
미끄러져 등에 큰 상처가 나셨다...
그런 할아버지 맘도 모르고
가출이나 하다니....!!
커서 꼭 효도하시길 박삼월양..!
또 어찌나 똑똑한지 간식을 잘 주는게
할아버지인 걸 알고는
항상 밥 먹는 시간이 되면
할아버지 옆에 와서 코로 팔을 툭툭 치며
자기도 달라고 표현한다.
할아버지는 이런 삼월이를 무척 귀여워하고
삼월이의 몸짓언어에도 반응해 준다.
아마.. 삼월이가 똑똑한 건
사소한 표현에도 반응해 줬던
할아버지 덕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삼월이를 키우는 초반에는 개카(애견카페)를
데려간다고 하면 할아버지는
"애견카페는 무슨 애견카페!" 라며
호통을 치시곤 했지만
삼며들어버린 지금은 무료한 휴일 날
언니들이 가자고 조르면 못 이기는 척
개카에 함께 가서 삼월이와 시간을
보내주시곤 한다...!!
사실 할아버지도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삼월이를 키우고는 길에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꽤 귀여워하신다.
한 날은 산책 중 강아지가 할아버지 엉덩이를
물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주 웃기지만
또 슬프고.. 화나는..? 레전드 상황이 생겼다.
그건 아래 사진으로 대체하겠다..
표현은 서툴러도 항상 가족과 삼월이를
생각하는 건 할아버지를 따라갈 자가 없다.
아마.. 삼월이는 이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기에
지금 가장 좋아하고 잘 따르는 사람
1등이 할아버지가 된 것이 아닐까?
오늘도 삼월이는 할아버지가 오실
주말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평일을 열심히 보낸다.
(더러운 크록스는 흐린 눈 해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