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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이와 둘째 형부 이야기

by 솔이

둘째 형부와 삼월이의 첫 만남은 꽤 짜릿하다.

둘째 언니가 둘째 형부와 연애할 때는

우리 집 4층 원룸에서 혼자 생활했다.


둘은 테니스를 하다 만났기에 회식이 있으면

둘째 형부가 술에 취한 언니를 데려다주러

3층에 있는 가족들 몰래 4층에 들리곤 했다.


어느 날, 문이 닫힌 현관문에서 자던 삼월이가

격렬하게 짖어대서 셋째 오빠가 현관문을

열어주었고 삼월이는 망설임 없이

옥상으로 질주했다.


삼월이를 따라서 올라간 옥상에는

둘째 형부가 멋쩍게 서 있었다.

삼월이는 처음 보는 둘째 형부를 격렬히

맞이했고 첫째 언니와 셋째 오빠는

둘째 형부와 어색하게 인사를 나눴다.

둘째 언니는 테니스를 칠 때

아주 가끔 삼월이를 데리고 가곤 했는데

둘째 형부가 유독 삼월이를 귀여워했다고 한다.


둘째 형부는 강아지를 키우지도 않지만

삼월이를 예뻐해 줬고 둘째 언니는 그런 모습에

더욱 마음이 갔다고 한다.

아마.. 이건 둘째 형부의 큰 그림이 아니었을까..ㅎ

이렀던 저렀던, 삼월이는 둘째 형부가

집에만 오면 세상을 가진 듯 행복해한다.


송아지만 한 삼월이가 둘째 형부를 격하게

반기며 달려들면 둘째 형부는 항상

"오우, 싸뭘이" 하며 반겨주곤 한다.


항상 같은 포즈와 음성으로

삼월이를 반기는 둘째 형부의 모습은

우리 가족의 웃음 버튼이며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삼월이에게 최선을 다해주는

둘째 사위의 어설픈 모습을 너무 귀여워한다.


삼월이가 우리의 심장을 덜컹하게 한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겠다.


첫째 언니, 둘째 언니가 삼월이를 데리고

새로운 애견카페에 간 날.

덩치 큰 삼월이는 자꾸 애견카페 담을 넘어

지붕 뒤로 넘어가곤 했다.


그렇게 지붕 위에 올라가는 삼월이를

혼내기도 하고 다른 놀이로 주

환기시키며 놀아주다가

근처에 있던 둘째 형부가 삼월이를 보러

애견카페에 잠시 들른다 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형부가 먹을 음식들을 시키고 주위를

둘러보니 삼월이가 사라지고 없어서

카페 안과 밖으로 언니들이 열심히 찾으러 다녔고

둘째 언니가 카페 맞은편 바다에서

가출한 삼월이를 찾았다고 했다.


철렁 인 마음을 부여잡고 삼월이를 불렀지만

가출로 자유로워진 삼월이는 언니를

모르는 척했고 언니는 삼월이를

데려오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둘째 형부가 도착했고

둘째 언니가 몇 분을 애써도 안오던 녀석이

둘째 형부의 "삼월아" 한 마디에

달려와 안겼다....


그렇게 한바탕 대소동이 지나고

삼월이는 둘째 형부 옆에 꼭 붙어

사사건건 참견하며 친한 척했다.

가족 다 같이 모일 때면

삼월이는 항상 첫째 형부 혹은 둘째 형부

곁에 있으려 한다.


자신을 누가 가장 예뻐해 주는지

알고 있는 듯하며 삼월이의 하루를

책임져주는 첫째 언니, 할머니, 셋째 오빠는

그럴 때마다 묘한 배신감을 느낀다...

둘째 형부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삼월이와 함께 잠을 자봤는데

3시간마다 괴롭히는 삼월이 특유의

고약한 잠버릇에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고 한다.


그럼에도 부지런한 둘째 형부.

아침 일찍 일어나 가족을 위한 미역국을

끓여 주고 숙면을 방해한 삼월이를

아침까지도 예뻐하고 놀아줬다.


그리고 이 날도 어김없이 삼월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둘째 형부의

옆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여

둘째 언니를 기가 차게 만들었다.

둘째 형부는 우리 가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특유의 따뜻함과 재치로 금방 스며들었고

삼월이도 그런 둘째 형부를 잘 따른다.


사실 잘 따르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좋아한다.

앞으로도 천천히 서로에게 스며들어

둘째 형부에게 웃음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사이가 되길 바란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된 둘째 형부

그리고 마또 아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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