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2-3번 정도 볼 수 있는 첫째 형부.
삼월이는 오빠와 함께 하는 날이면
꼬리에 담이 걸릴 정도로 흔들어 댄다.
첫째 언니와 형부는 주말 부부이다.
첫째 형부, 즉 오빠는 삼월이 곁에 있는 나를
오작교 삼아 자신의 사심을 채우곤 한다...
예를 들어, 삼월이가 보고 싶어서 영상통화를
걸어 놓고서는 혹시나 내가 서운할까 봐
서두에 의미 없는 주제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눈 뒤
"삼월이 뭐하는지 보여줘"라고 하며
자신의 목적을 내비친다.
더불어, 아직 결혼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사위가
이렇게나 처갓집을 가고 싶어 하는 건
흔치 않을 것이다.
삼월이네 첫째 형부는 삼월이가 보고 싶어서
틈이 나면 주말에는 처갓집을 가자고 조른다.
이러니 삼월이도 장인어른도 장모님도
첫째 사위(형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기초체온이 3-4도 정도 높다는데 이런 삼월이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것도 첫째 형부이다.
첫째 형부는 겨울에도 선풍기를 틀고 잘 만큼
상상 이상으로 더위를 많이 탄다.
그렇기에 산책을 나가기 애매한 날씨에는
첫째 형부의 도움을 받고는 한다.
"내가 이렇게 더운데 삼월이는
오늘 나가면 죽음이지" 라며
삼월이의 입장을 대변해주곤 한다.
그럼에도 삼월이가 어릴 때부터 첫째 형부는
땀을 뻘뻘 흘리는 여름이 됐던
춥디 추운 겨울이 됐던
삼월이가 즐거운 곳이라면
늘 함께 해줬다.
삼월이가 오빠와 함께 하는 순간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한 가지는
오빠와 함께 하면 다양한 새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애견카페를 둘째 언니가 제안해서
처음 가게 되었듯이,
첫째 형부가 애견동반펜션을 제안해서
나, 남편 그리고 삼월이 셋이서
처음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또 오빠의 제안으로 우리 셋은
추운 겨울 첫 차박을 했고
아침잠 많은 오빠는 삼월이와 여행하며
피곤하고 짜증스러워도 새벽 산책을 시켜주었다.
당시에는 조금은 귀찮고 피곤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너무 즐거웠던 추억이 됐다.
그리고, 최근 대가족이 다 함께
아주 좋은.. 하지만 비싼....
애견동반펜션을 다녀오게 되었고
삼월이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놀았다.
(이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따로 올리겠다.)
남편이 삼월이에게 사랑을 많이 받을수록
삼월이가 나에게 가지는 애정은 점 점 줄었다.
킹 받는 건... 오빠는 삼월이를 무한한 애정으로
예뻐해 줄 때만 만난다는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삼월이가 싫어하는 귀청소도
빗질도 해야 하고 산책하는 횟수도 많아
혼도 많이 내기 때문에 삼월이의
애정 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삼월이를 가운데 두고 남편과 내가
양쪽으로 선 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뛰어가
누구를 따라가는지 테스트해봤는데
박삼월은 고민의 여지없이 오빠를 따라갔다.
첫째 형부는 덩치도 있고 키도 큰 편이다.
왜소하고 키도 작은 여자인 내가 삼월이를 데리고 다니면 어떤 사람들은 가만히 걸어만 가도
괜한 시비를 걸기도 한다.
하지만 남편이 삼월이 목줄을 잡을 때면
어떤 딴지도 거는 사람이 없다.
그런 듬직한 남편과 25년 새해를
함께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삼월이와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함께
뜻깊은 일출을 맞이할 수 있었다.
실내에서 함께 잘 때면, 우리 삼월이는
늘 남편 옆자리에 떡 하니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삼월이와 함께 잘 때면
난 마치 후궁처럼 삼 월 이에게 옆 자리를 양보하고
구석에 구겨서 자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 바닥에 누워있다 하면
바로 돌진해서 얼굴을 핥고 몸을 발로 밟는다.
삼월이와 함께 자는 날이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2시간 꼴로 몸을 밟히고 침공격을 당하는 것이다.
더불어, 그날 잠은 다 잤다고 보면 된다.
삼월이가 오고 나서는 우리 집 옥상이
아기자기해졌는데 첫째 형부의 노력이
일조한 부분이 있다.
주말부부 혜택으로 두 지역의 당근마켓을
설정할 수 있는 나는 무료 나눔을 새 로고침하며
삼월이에게 알맞은 물건이 나오면
누구보다 빠르게 신청한다.
그럼 남편이 대체로 물건을 받아서
가져다주곤 하는데
갈 때는 귀찮아 하지만 물건을 받고 나서는
꽤 뿌듯해한다.
저기 적힌 삼월 house 또한 첫째 형부 작품!
끝으로, 삼월이와 첫째 형부의 공통점은
어마어마한 물놀이 광인이라는 것이다.
항상 물놀이를 하면 남편은 구명조끼를 입고
삼월이는 구명조끼 없이 무한반복으로 던져지는
신발을 주워와야 하기에
살짝... 힘들어했다.
그리하여 이번 여름휴가에 구명조끼를
하나 장만해 주었고
삼월이는 구명조끼를 입어도 발길질을
쉬지 않았다...
그래도 구명조끼 덕분에 수영하는데
힘이 덜 들어서인지
셋째 오빠, 첫째 형부 그리고 삼월이 셋이서 한
멀리 던진 신발 수영해서 가져오기
대결은 항상 삼월이가 승리했다.
삼월이가 첫째 형부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거처럼
오빠도 삼월이를 늘 진심으로
사랑해 준다.
덕분에 오빠와 함께 있을 때면
삼월이는 항상 함박 웃음이다.
앞으로도 오빠의 인생에
늘 행복을 선물해 줄 삼월이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