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감(反感)과 거부감【拒否感】

전통적 한자어와 일본식 한자어: 일본식 한자어의 의미 분화 24

by 문성희

한국어에서 전통적 한자어인 ‘반감(反感)’과 일본식 한자어인 ‘거부감【拒否感】’은 둘 다 ‘느낌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말이기 때문에, 똑같이 부정적 심리나 그런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말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두 단어는 일상 언어뿐 아니라 사회적·심리적 맥락에서도 부정적 감정이나 정서를 나타내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국어사전을 보면 ‘반감(反感)’은 ‘반대하거나 반항하는 감정’, 또는 ‘남의 말이나 행동, 태도 등에 대해 불쾌해하거나 반발하는 마음’이라고 풀이하고 있고, 거부감【拒否感】은 ‘어떤 것을 꺼리거나 싫어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에 대한 반감/거부감’, ‘반감/거부감이 들다’, ‘반감/거부감이 생기다’, ‘반감/거부감을 불러일으키다’…처럼 용례들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그 용법을 구별하기 어렵다. 두 단어는 모두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호감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지만, 의미의 초점, 사용 맥락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반감(反感)은 ‘반하다(反 돌이킬 반)’와 ‘감정(感 느낄 감)’이 결합한 전통적 한자어인데, 특정 인물이나 집단·사건·정책 등 명확한 ‘외적 대상’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나 태도를 나타낸다. 이 감정은 대체로 지속성이 있고 내면에 오래 자리 잡는 특징이 있으며, 대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포함하고 있어서 ‘적대감【敵對感】, 불쾌감(不快感), 불신감【不信感】, 혐오감(嫌惡感)…’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이런 단어들과 잘 어울린다. 따라서 반감은 내적 심리 상태보다는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 정책에 국민의 반감이 커졌다”라는 문장은 특정 정책에 대한 강한 부정적 감정과 사회적 평가까지 포함한다. 이러한 용법은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다.

반면, 거부감【拒否感】은 ‘거부【拒否】’와 ‘감【感】’을 결합하여 만든 일본식 한자어로, 어떤 상황이나 행동·기술·아이디어 등을 ‘받아들이기 싫어하거나 꺼리는 감정’을 뜻한다. 이 감정은 어떤 대상에 대해 본능적이고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않으려는 마음’, 혹은 ‘수용하지 않고 밀어내려는 심리적 반응’이다. 그래서 ‘심리적 저항(抵抗), 심리적 반발; 반발심【反撥心】, 심리적 반항; 반항심(反抗心), 수용 거부(受容拒否); 수용 불가(受容不可, 수용을 꺼림)…’ 등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즉 거부감【拒否感】은 반감과 달리, 내적인 심리 상태에 초점이 있으며 감정의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일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거부【拒否】(-하다)’는 (남의 의견이나 제안 따위를) ‘거절하다(拒絶―); 받아들이지 않고 물리치다’라는 뜻을 가진 일본식 한자어로. 거부감은 행동, 상황, 아이디어, 물리적 대상 등 내적 심리 저항이 가능한 모든 대상에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기술 도입에 거부감을 보이는 직원이 있다”라는 문장은 대상 자체를 공격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 도입이라는 상황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나타낸다. 또 “처음 보는 음식에는 거부감이 느껴진다”라는 표현은 개인의 심리적 저항이나 불편감을 나타낼 뿐, 대상에 대한 적대적 감정은 포함하지 않는다.

‘감【感】’은 ‘감정, 느낌’을 나타내는 말로, 계절감【季節感】, 권태감【倦怠感】, 기대감【期待感】, 박자감【拍子感】, 부담감【負擔感】, 불신감【不信感】, 소외감【疏外感】, 승차감【乘車感】, 실감【實感】, 실재감【實在感】, 안도감【安堵感】, 안정감【安定感】, 자신감【自信感】, 적대감【敵對感】, 절박감【切迫感】, 죄책감【罪責感】, 착용감【着用感】 등에 쓰인 일본식 접미사이다.


반감과 거부감은 모두 부정적 정서를 나타내지만, 성격과 초점이 다르다. 반감(反感)은 특정 인물이나 집단, 사건, 정책 등 외적 대상·사건에 대하여 강한 적대적 태도·부정적 평가가 포함된 감정으로,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적 담론이나 공식 문서에서도 흔히 쓰인다. 거부감【拒否感】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불편한 내적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데 초점이 있고, 심리·교육·의료 등 개인 중심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이처럼 한국어에서 이 두 단어는 감정의 층위와 대상, 상황이나 문맥에 따라 정교하게 분리되어 쓰인다.


“반감을 품다”는 자연스러운데 “거부감을 품다”는 어색한 이유는 뭘까?

‘품다’②는 ‘(원한·슬픔·기쁨·생각 등을) 마음속에 가지다’는 말로, ‘(마음속에) 간직하다; 마음속에 쌓아두고 지내다’와 같은 의미를 포함한다. 즉, 심층 감정·내면성·지속성과 결합하는 동사이다. 거부감【拒否感】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고 꺼리는 마음’(본능적·즉각적·일시적 반응)이다. 그래서 ‘거부감이 들다’, ‘거부감을 느끼다’, ‘거부감이 있다’, ‘거부감이 사라지다’처럼 쓰인다. 즉 거부감(拒否感)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즉각적 ·반응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다/생기다/있다/없다/사라지다/없어지다’, 또는 ‘거부감을 느끼다/(불러)일으키다/없애다’는 가능하지만, ‘품다’처럼 내면에 오래 간직하는 의미 요소를 가진 말과는 함께 쓸 수 없다.

반면에 반감(反感)은 본질적으로 내면적·정서적 감정으로, 지속성이 있어서 오랫동안 축적되고 내재화되는 속성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반감이 싹트다’, ‘반감이 쌓이다’, ‘반감을 품다’처럼 쓰인다. 즉 반감(反感)은 즉각적인 반응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감정이므로 ‘품다’(마음속에 간직하다)와도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는 어떻게 쓸까?

거부감【拒否感】은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일본어에서도 “使用に拒否感がある。(사용에 거부감이 있다)”처럼 한국어와 비슷하게 쓰이고, 중국어에서는 거부감【拒否感】 대신에, “感到排斥感。(거부감을 느끼다)”, “产生排斥感。(거부감이 생기다)”처럼 주로 ‘排斥感(배척감)’을 쓴다.



반감(反感)[반ː·] n.(감정/느낌) (다른 사람의 말이나 태도 등을 불쾌하게 생각하여) 반발하거나 반항하는 감정. ↔호감(好感)[호ː·] 好感[hǎogǎn], ㊐ 好感(こうかん).

㊥ 反感[fǎngǎn], ㊐ 反感(はんかん). Ⓔ antipathy; animosity; hostility

예) 반감이 있다[반ː가미#읻따]. 有反感。㊐ 反感がある。반감을 가지다.=반감을 갖다. ㊐ 反感(はんかん)を持(も)つ。반감을 사다. ㊐ 反感(はんかん)を買(か)う。반감이 들다.=반감을 일으키다. 引起反感。yǐnqǐ fǎngǎn. ㊐ 反感(はんかん)を起(お)こす。반감을 품다[반ː가믈#-따]. (对……)怀有反感。(duì…)huái yŏu fǎngǎn. ㊐ 反感を抱(いだ)く。


거부감【拒否感】[거ː‥] n.(감정/느낌) 어떤 것을 꺼리거나 싫어하는 마음. ≒반감(反感)[반ː‧] 反感[fǎngǎn], ㊐ 反感(はんかん): (다른 사람의 말이나 태도 등을 불쾌하게 생각하여) 반발하거나 반항하는 감정.

㊥ 排斥, 排斥感[páichìgǎn]; 反感[fǎngǎn]; 讨厌[tǎoyàn], ㊐ 拒否感(きょひかん). Ⓔ sense of denial; repulsion

예) 거부감을 느끼다. 感到排斥感。gǎndào páichìgǎn. ㊐ 拒否感を覚(おぼ)える; 拒否感を感(かん)じる。거부감이 들다. 有排斥感。yǒu páichìgǎn. ㊐ 拒否感がある。 거부감이 생기다. 产生排斥感。chǎnshēng páichìgǎn. ㊐ 拒否感が生(しょう)じる。

cf) <참> 거부【拒否】(-하다)[거ː‧] 拒绝[jùjué]; 反对[fǎnduì], ㊐ 拒否(きょひ): (다른 사람의 의견‧제안 등을) 받아들이지 않음. ≒거절(拒絶)(-하다)[거ː‧]; 반대(反對)(-하다)[반ː‧]. 예) 거부권【拒否權】[거ː-꿘] 拒绝权[jùjuéquán]; 否决权[fǒujuéquán], ㊐ 拒否権(きょひけん). 거부 반응【拒否反應】②[거ː‧바능] 反感[fǎngǎn]; 反对态度[fǎnduì tàidu], ㊐ 拒否反応(きょひはんのう): 특정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기피하는 감정이나 태도를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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