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될 대로 되라

무책임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 전략이

by 구매가 체질
"파도와 싸우는 것을 멈출 때, 비로소 파도를 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내려놓음은 포기가 아니라 가장 능동적인 선택이다."


1부에서 우리는 가슴이 조금 답답해지는 진실을 마주했다. 당신이 그토록 애써 세운 계획이, 그 완벽함을 향한 열정이, 오히려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족쇄였을지 모른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면 이 단단한 족쇄를 끊어낼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놀랍게도 그 열쇠는 ‘더 강한 의지’나 ‘더 완벽한 계획’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말, 바로 ‘될 대로 되라’는 마음가짐 속에 숨어있다.


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걸 포기하라는 소리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니다. 이것은 삶의 운전대를 놓아버리는 무책임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거친 비포장도로에서 낭비하던 에너지를, 온전히 내가 달릴 수 있는 오늘의 아스팔트 위로 가져오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운전법이다.


이제부터 이 낯선 지혜가 어떻게 당신을 자유롭게 하는지 함께 탐구해 본다.


1장. 당신은 파도를 타는가, 휩쓸리는 사람인가


당신이 바다 한가운데 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거대한 파도가 당신을 향해 밀려온다. 이 파도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미래의 불확실성, 갑작스러운 위기, 어쩔 수 없는 관계의 변화 같은 것들이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파도와 싸우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막아보려 허우적대고, 방향을 바꿔보려 안간힘을 쓴다. 이것이 바로 1부에서 말한 ‘통제에 대한 집착’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결국 지쳐서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한다. 그들은 파도와 싸우는 대신, 파도의 힘과 방향을 그대로 인정한다. 그리고는 그 거대한 흐름 위에 자신의 보드를 띄우고 올라탄다. 바로 서핑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려놓음’과 ‘포기’의 결정적인 차이다. 포기는 파도 앞에서 모든 걸 체념하고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이다. 하지만 내려놓음은, 파도의 존재를 인정한 뒤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 즉 ‘보드 위의 당신의 균형’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불안하고, 두렵고, 슬픈 감정의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그것을 없애려고 싸운다. ‘불안하면 안 돼!’, ‘슬퍼하면 안 돼!’라며 내 안에서 전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감정의 파도는 더 거세게 당신을 덮칠 뿐이다.


내려놓음은 그 전쟁을 멈추는 것이다. “아, 내가 지금 불안하구나” 하고 감정의 파도를 그저 바라봐 주는 것이다. 놀랍게도 우리가 싸움을 멈추고 그 존재를 가만히 인정해 줄 때, 파도는 당신을 해치지 않고 발밑을 스쳐 지나간다. 고통을 끌어안고도, 당신이 가고자 하는 해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내려놓음이라는 지혜로운 서핑 기술이다.


2장. 데이터는 보여준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강하다


이 이야기가 그저 멋진 비유나 심리적 위안으로만 들리는가? 그렇지 않다. 수많은 데이터가 증명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극한의 현장에서 끔찍한 장면들을 마주해야 하는 소방관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거대한 감정의 파도를 매일 겪는다. 한 연구에서, 이 소방관들의 정신 건강을 지켜주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그것은 강인한 의지도, 긍정적인 생각도 아니었다. 바로 ‘수용’, 즉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였다.


끔찍한 기억을 억지로 지우려 애쓴 소방관보다, ‘그런 일이 있었고, 그 기억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인정한 소방관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부터 훨씬 더 빨리 회복했다. 이 말은 즉,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낫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받아들이는 태도가 강할수록, 역경에서 다시 일어서는 마음의 근육인 ‘회복탄력성’ 또한 강해졌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은 현실을 외면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어떤 현실이 닥쳐와도 당신을 지켜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보호막인 셈이다.


3장. 실패를 데이터로 만드는 피드백의 기술

그렇다면, 수용한다는 것이 그저 ‘상황이 나아지길 가만히 기다리는 것’을 의미할까? 절대 아니다.

진정한 수용은 내가 받은 패가 좋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뒤, ‘그렇다면 이 패를 가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는 무엇일지’ 고민하는 능동적인 전략가의 태도이다. 이것이 바로 ‘대처 유연성’이다. ‘될 대로 되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역설적으로 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단, 여기에 아주 중요한 양념이 하나 필요하다. 당신의 유연함이 단순한 방임으로 끝나지 않게 해줄 마법의 양념, 바로 ‘피드백’이다.


‘인생은 되는대로’라는 큰 그림을 받아들이더라도, 매일의 플레이가 끝난 후에는 반드시 복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오늘 나의 선택은 어땠는가?’, ‘이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이 냉철한 자기 성찰이 빠진 유연함은 그저 되는대로 사는 것뿐이다. 하지만 피드백이 더해진 유연함은 어제의 실패를 오늘의 지혜로 바꾸는 강력한 성장 엔진이 된다. 이것이 바로 ‘대충 살지만 허투루 살지 않는’ 사람들의 비밀이다. 그들은 결과에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대신 모든 결과를 다음 판을 위한 귀중한 데이터로 만들 뿐이다.

이전 02화1부: 왜 당신의 완-벽한 계획은 늘 실패로 끝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