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32화 백댄서, 출격 준비 완료

무대는 빛났고, 누군가는 작아졌다

by 동룡

교실 문이 활짝 열리더니,
형준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하게 외쳤다.

“태연아! 이제 곧 우리 차례 아냐?
의상 줘!!! 빨리!!! 백댄서 준비됐습니다!!!”

태연은 팔짱을 끼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드디어 입을 때가 왔군… 망치면 바로 세일러문이라는 거 잊지 마시고요.”

그리고는 손에 들고 있던 의상 꾸러미를 형준에게 넘겼다.
백댄서 팀도 들뜬 표정으로 일어나 우르르 화장실로 향했다.

한편, 교실 한쪽 구석.
나래는 여전히 망가진 루비코 의상을 들고 있었다.
리본은 축 늘어졌고, 하트 장식은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은 상태.
나래는 말없이 앉아, 입술만 삐죽이며 울상을 짓고 있었다.


대용은 무대 전 긴장감에 숨을 길게 들이쉬었다.
“후 우우우… 하아…”

“호흡 천천히 하세요, 나대용 댄서…”
지수는 옆에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 옆엔 규만.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마치 수행 중인 수도승처럼.

민지는 조용히 다가가 규만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조건 넌 잘할 거야.”


규만은 눈을 뜨고 민지를 바라봤다.
그 눈빛엔 약간의 불안, 약간의 기대, 그리고 아주 약간의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민지는 천천히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

“왜냐면…
하나라도 실수하거나 못하면…”

그녀는 규만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두 손을 깍지 껴며 선언하듯 말했다.

“정말로 내가 내 용돈 다 써서라도
너랑 형준이 둘 다 세일러문으로 만들어버릴 거거든.”

규만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심지어 눈도 못 깜빡였다.


잠시 후, 강당에서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대입니다!
다음은 1학년 1반 김태연, 김민지, 김지수, 유정연 어린이의 무대!!
무려 9명의 백댄서와 함께한다고 합니다!!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려요!!
핑클의 영원한 사랑, 시작합니다!!”

조명이 내려오고,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천천히 켜졌다.

지수가 가장 먼저 등장했다.
조용하고 맑은 음성으로 노래가 시작됐다.

“이젠~ 내 사랑이 되어줘~”

뒤이어 태연과 민지가 등장했고,
마지막으로 정연이 중요 파트를 불렀다.

“약속해 줘~”

그 순간, 뒤에서 백댄서 팀 9명이 우르르 등장했다.
딱 맞춘 타이밍에 춤추며 뿅 나타나는 장면에 관중석이 술렁였다.


무대 한쪽에선 우덕이 흐뭇한 표정으로 캠코더를 꺼내 들었다.
한 손엔 삼각대 없이 손떨림을 잡아내는 의지와 근성만 담겨 있었다.

노래에 맞춰 대형이 딱딱 맞고,
안무도 실수 없이 완벽했다.

정말로 핑클의 무대를 보는 듯했다.
노래와 춤, 의상, 타이밍까지…
그냥 백댄서가 아니라 백업팀이라 해도 될 정도였다.

부모님들은 물론, 담임 선생님들,
그리고 교실에서 TV로 장기자랑을 생중계처럼 보고 있던 다른 반 아이들까지 모두 박수치며 환호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무대 뒤편, 커튼 옆에 서 있던 나래는
의상을 여전히 부여잡은 채 작아진 표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 망했어… 저 무대 다음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해…

망가진 의상, 겹쳐진 순서, 그리고 확실히 비교되는 무대.
나래는 자신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난 왜 꼭 이럴 때만…”

그렇게 화려한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천천히 꺼지려는 그 순간
다음 무대는 준비돼 있었지만,
무대 뒤편의 한 아이 마음은 아직 준비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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