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같은 날을 겪은 건 아니니까
핑클의 무대가 끝나자, 강당은 터질 듯한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다른 반 친구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대 뒤로 내려온 아이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완벽한 공연을 자축했다.
“함성 소리 들려??”
우덕이 눈을 반짝이며 달려왔다.
“너희들 진짜 대단했어!! 완전 가요무대 보는 줄 알았다고!! 진짜 방송 탄 줄!!”
태연은 땀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다들 정말 고마워! 진짜 최고였어!”
민지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세일러문 옷 입을 일은 아예 없겠는데?”
형준은 고개를 돌려 정연을 향해 말했다.
“자~ 아직 하나 남았지?
바로 다음 무대잖아, 준비하자!!”
정연은 작게 웃으며 No.1 의상을 챙겼다.
백댄서 팀도 일사불란하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 순간, 무대에서는
나래가 조용히 올라가고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가 말썽을 부렸다.
나래는 마이크를 몇 번 두드리며 입을 열었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음향팀이 고치려 애썼지만, 이미 시간이 지났고 무대는 멈춰 섰다.
사회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안타깝지만… 무대를 볼 수 없게 되어 아쉽네요.
준비하느라 고생 많았어요.”
나래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울먹이며 무대에서 뛰어내려 갔다.
교실로 돌아온 나래는 자리에 엎드려 펑펑 울었다.
의상도, 마이크도, 타이밍도… 오늘 하루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교실 안은 여전히 들떠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핑클 무대 이야기, 그리고 이제 곧 시작될
정연의 No.1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1학년 1반 유정연 어린이와 9명의 백댄서가 함께하는
보아의 No.1, 지금 시작합니다!”
스포트라이트가 켜지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번엔 마이크가 완벽히 작동했다.
정연의 목소리가 퍼지고,
이어 백댄서들이 칼각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You still my No.1
그 부분에선 전교생이 떼창을 했다.
무대 바닥에서 척! 척! 하고 울리는 군무 소리는
누가 봐도 연습량의 결과였다.
공연이 끝나자,
정말 학교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함성이 쏟아졌다.
무대 뒤, 정연은 벅찬 얼굴로 모두를 바라봤다.
“오늘…
너희 덕분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했어.”
그 말과 함께 모든 백댄서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규만은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세일러문 안 해도 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할 일인가…”
대용도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진짜 멋진 추억 하나 만들었네.”
형준은 조용히 정연을 바라봤다.
저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형준은 속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래… 오늘만큼은 네가 No.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