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48화 전학생 정예린

문제아 우덕, 첫 감정에 당황하다

by 동룡

아침 일찍,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각.
복도에 형준, 규만, 우덕 셋이 그림자처럼 스며들었다.

“오늘이야. 오늘 확실하게 정리하고 간다.”
형준이 말하며 고무장갑을 꺼내든다.

“수빈이랑 나래 교과서를 창밖으로 그냥... 싹.”
우덕은 마스크까지 껴 썼다. 계획은 치밀했다.
“작전명, 책 던지기. 완벽해.”

규만은 살짝 불안한 듯 말했다.
“걸리면... 또 민지한테 혼나겠지....”

형준은 입을 가리며 웃는다.
“그래서 지금 일찍 온 거잖아. 싹 하고, 흔적 없애고, 교문에서 다시 들어오면 아무도 몰라.”

그들은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 누군가가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긴 생머리에 맑은 눈동자.
1반의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인상이었다.

“... 어?”
형준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첨 보는데... 전학생이야?”

낯선 아이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내민다.
“응 맞아! 난 정예린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갑작스러운 악수. 셋은 얼떨결에 손을 맞잡는다.
우덕은 순간, 알 수 없는 감정에 눈썹을 찡그린다.
뭔가... 따뜻하고 묘한 기분이었다.

예린은 첫 만남부터 질문이 쏟아졌다.
“급식 맛있어? 선생님 어때? 반 애들은 다 착해?”
형준은 뒤로 빠지고, 우덕은 이상하게 입이 술술 풀렸다.
“어... 급식은... 김치볶음밥 나오는 날이 최고야...”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이 하나둘 교실로 들어왔다.
예린은 금세 교실 중심으로 들어섰다.
민지, 태연, 지수, 심지어 규만까지도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반 구석, 수빈과 나래는 조용히 속삭였다.

“... 쟤도 예쁘다.”
“... 이젠 진짜 인기 넘치는 애들만 모이네...”

그걸 지켜보던 성곤의 눈이 반짝였다.
우덕이 예린과 웃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자,
그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교무실로 곧장 들어간 성곤은 자신 있게 말했다.
“드디어 우덕이 감시자가 생겼어요!! 전학 온 친구가 하면 돼요!!!”

선생님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 순간, 박장대소했다.
“하하하! 이야~ 드디어네.”


그리고 곧 시작된 조회 시간.
선생님은 교탁 앞에서 커다란 종이를 펼쳤다.

“얘들아! 오늘부터 우리 반에 새로운 제도가 생긴다!”

교실이 술렁였다.

“바로, 상·벌점 제도야!”
“잘하면 상점! 못하면 벌점!
상점 많이 모으면 선물, 상장, 그리고 특별간식도 나올 수 있어!
벌점이 쌓이면 청소 당번, 반성문, 심하면 부모님 호출까지 간다!”

형준의 얼굴이 굳는다.
고무장갑이 괜히 무겁게 느껴졌다.
우덕은 슬며시 가방 속으로 뭔가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다시 말했다.
“오늘 우리 반에 새 친구가 왔죠?
정예린, 나와서 자기소개해 볼까?”


예린은 환하게 웃으며 교탁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예린이에요! 운동도 좋아하고,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좋아해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자리에 앉자마자 속삭임이 퍼진다.

“저 얼굴에 운동까지 잘한다고?”
“형준이랑 딱인데...”

정작 형준은 뒷자리에서 졸고 있다.
“... 운동 좋아하는 건 좋은데... 나 요즘 피곤해....”

그런데 우덕.
그의 눈빛은 다르다.
어딘가... 반짝인다.

그리고, 선생님의 마무리 선언.

“그리고! 전학생이 왔으니까~ 짝 바꾸기랑 분단도 다시 정할 거예요!”

형준, 우덕, 규만.
셋의 입꼬리가 동시에 올라간다.


‘왔다...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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