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가 무너졌을 땐 반장이 움직인다
“선생님,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수업이 끝나고 복도를 지나던 성곤이 담임 선생님을 붙잡았다.
언제나처럼 공손한 자세였지만, 표정만큼은 이전과 달랐다.
“왜? 무슨 일 있니?”
선생님은 지친 얼굴이었지만 성곤의 진지한 눈빛에 발걸음을 멈췄다.
“선생님이 분단으로 나눈 이유, 그리고 짝을 정하신 이유…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다양한 아이들이 서로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려는 의도였죠?”
선생님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말은 없었지만, 그건 곧 ‘정답’이라는 뜻이었다.
성곤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런데요, 지금 상황은... 오히려 나래랑 수빈이한테 더 상처가 되는 것 같아요.
형준이는 아예 투명인간 취급하고, 우덕이는 말로 상처 주고… 규만이는 우덕이랑 같이 웃으면서 상처를 줘요.
정연이는 그걸 혼자서 다 막으려다 지치는 것 같고요.”
선생님은 고개를 숙이며 이마를 짚었다.
학생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 이렇게까지 어긋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럼, 네가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니?”
선생님의 물음에 성곤은 잠시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
“우선, 나래랑 수빈이는 당분간 서로 떨어뜨려 놔야 할 것 같아요.
지금처럼 둘이 같이 있으면서 계속 비교당하면... 그게 더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형준, 규만, 우덕. 저 셋은 따로 감시자가 필요해요. 형준은 정연이, 규만은 민지, 우덕은… 일단 지수가 보면 좋겠어요. 지수가 우덕 말에도 휘둘리지 않잖아요.”
선생님은 놀라듯 성곤을 바라본다.
모든 상황을 이토록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니.
성곤은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그에 맞는 ‘벌칙’ 같은 게 있었으면 해요.
지금은 그런 게 없으니까, 계속 심하게 말해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요.
그게 결국, 더 큰 상처로 남는 것 같아요…”
조용한 교무실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선생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다.
내일부터 당장 시작해 보자.
고맙다, 성곤아. 너 같은 애가 있어서… 선생님은 아직 괜찮은 선생님이 맞을지도 모르겠네.”
성곤은 미소 지으며 인사한 뒤, 조용히 교실로 돌아갔다.
그의 발걸음은 여전히 조용했지만, 그날의 대화는 교실 안 질서에 아주 작은 파문을 던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