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46화 가장 조용한 폭력

말 없는 비교가 만들어낸 울음

by 동룡

점심시간.

아이들은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다.
우덕은 국어시간 발언으로 인해 ‘반성문 1장’이라는 벌을 받고 울상을 짓고 있다.
형준은 우덕 어깨를 툭툭 치며 위로한다.

“넌 진짜 웃음을 위해 큰 희생을 하는 멋진 개그맨이야...”

우덕은 씁쓸하게 웃으며 급식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의 식판에는 여느 때처럼 맛있는 반찬이 수북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급식 당번에게 제티 한 봉, 젤리 몇 개로 미리미리 투자한 결과였다.

오늘의 메인 메뉴는 감자탕과 소시지 야채볶음.
우덕, 형준, 규만의 식판에는 고기가 네다섯 조각씩, 소시지는 마치 축제처럼 수북하다.


형준은 급식을 받자마자 정연의 식판 위 국과 반찬을 재빨리 합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감자탕 뼈에서 살코기를 발라 정연의 수저 위에 하나씩 올려준다.

“야… 이건 진짜 잘 익었는데? 고소하고 부드러워~ 먹어봐.”

정연은 말없이 수저를 받아 들지만, 무언가 이상한 것 같다.

그 모습을 본 우덕은 능청스럽게 말한다.
“와... 우리 반에 이렇게 훌륭한 사랑꾼이 있었다니…”

형준은 씩 웃으며 말한다.
“규만아, 너도 빨리 가. 민지한테 살코기 발라줘. 그럼 고기보다 더 부드러운 마음을 받을지도 몰라~”

규만은 벌떡 일어나 민지에게 향한다.
그런데
반대편의 식판을 본 지수와 태연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나래와 수빈.
그들의 식판엔 소시지 대신 양파와 피망만 있고, 감자탕에는 고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국물뿐이다.
그들 앞에는 오이소박이와 콩나물이 산처럼 쌓여 있을 뿐.

지수는 자신의 식판에서 감자탕 고기 한 점을, 태연도 마찬가지로 조심스레 집어 건넨다.

“자… 먹어. 우리가 인기 있어서 고기 더 받았거든. 너희 건 너무하잖아.”

수빈과 나래는 고개를 숙이며 연신 “고마워...”를 반복한다.
그 모습을 본 지수는 정연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정연아… 미안한데, 너랑 형준이 식판엔 고기가 8개야. 소시지도 진짜 많고... 근데 수빈이랑 나래는 하나도 없어...”

정연은 그제야 형준의 식판과 나래의 식판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 순간 얼굴이 붉어지더니 벌떡 일어난다.


“야!!! 너 또 뭐 한 거야!! 안형준!! 왜 이렇게 차이 나는 거냐고!!!”

형준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말한다.

“아니, 급식 당번 친구들이 신경 써준 거잖아~
나 많이 먹으라고, 너도 잘 챙겨주라고~
그걸 또 오해하면 당번 애들 속상하잖아. 어서 먹자, 이번엔 소시지 올려줄게~”

형준은 정연의 수저 위에 소시지를 올려준다.
정연은 일단 말없이 그걸 받아 든다.

그때 태연이 형준의 등을 퍽 때린다.
“야!! 아주 그냥 공주님 모시듯 하네!! 네가 그러니까 더 비교되잖아! 나래랑 수빈이 더 불쌍해 보여!!”

형준은 태연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한다.
“그럼 간단하지~ 짝을 바꾸자~
태연이 네가 짝이었으면 이 정도 차이는 안 났을걸?”


규만은 “옳소!”라고 외치며 웃고,
민지는 뭐가 옳소냐며 볶은 양파와 피망을 젓가락으로 규만 입에 넣는다.

정연은 말없이 형준을 바라본다.
형준은 여전히 조용히 고기를 발라주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성곤.
식판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결심한 듯 교무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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