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45화 느려도 괜찮아

누가 먼저 도착하든, 진심은 느린 걸음으로 간다

by 동룡

국어시간
오늘의 수업 주제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 ‘토끼와 거북이’였다.

낮잠을 자는 토끼를 지나 거북이가 성큼성큼 결승선을 향해 나아가는 장면을 읽던 중, 조용했던 교실을 뚫고 기묘한 말이 들려왔다.

“이거… 누가 일부러 토끼한테 지라고 뇌물 준 거 아냐?”

서우덕의 목소리였다.
순식간에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서우덕! 뒤에 나가서 손 들고 서 있어!!”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에, 우덕은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 교실 뒤편으로 걸어가 손을 들었다. 이젠 익숙하다는 듯이.

“이번엔 이 이야기 읽고 느낀 점 말해볼 사람?”

정적을 깨고 손을 든 건 규만이었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결국 목표를 이뤘어요. 저도… 늦더라도 꾸준히 노력해서… 민지 마음에 들고 싶어요…”

“오오오오오!!”

교실 전체가 또 한 번 들썩인다.
민지는 또다시 민망함에 고개를 숙인다.

그 모습을 보며 형준은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근데 말이야… 결승점은 같은 곳에 서서 도착할 때까지 기다지만, 민지는 아니야.
늦게 가다간 누가 먼저 도착해서 데려갈지도 몰라.
민지는 인기 없는 애가 아니잖아. 정연이보단 덜 예쁘긴 해도, 꽤 예쁜 편이긴 하지.”

“야, 거기서 내 이야기가 왜 나와!!”

정연의 지우개가 날아왔다.
형준은 능숙하게 손으로 받아 다시 정연에게 건넸다. 능청맞은 미소까지 덤으로.


규만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진짜… 누가 먼저 고백하면… 어쩌지…”

형준은 팔짱을 끼고 허리를 쭉 펴며 말했다.

“그러니까! 빠르게 가! 대신 토끼처럼 중간에 낮잠은 자지 말고!
계속 뛰면서 생각하는 거야 어떻게 하면 얘가 웃을까?
뭐 좋아할까? 뭐 해주면 기뻐할까?”

태연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인다.

“웬일이야… 이번엔 올바른 말을 하네.”

지수도 한 마디 보탠다.

“우유가 상했나 봐… 형준이가 저런 말을 하다니...”

선생님도 슬며시 웃으며 정리했다.

“맞아요. 빠르게 가든, 느리게 가든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마음이에요.
그게 바로 이 이야기의 교훈이죠.”


잠시 후, 나래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럼… 저랑 수빈이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예쁘고 인기 많은 아이가 될 수 있겠죠…?”

뒤에서 손을 들고 있던 우덕이 멀찌감치 소리쳤다.

“노력하다 늙어 죽고 다음 생에 태어나면 가능할지도 몰라.”

교실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된다.
형준과 규만은 고개를 푹 숙이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웃으면 안 된다는 걸 이제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나래와 수빈은 결국 책상에 엎드려 울음을 터뜨렸고,
선생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친구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지

서우덕, 수업 끝나고 교무실로 오도록.”

국어시간이 그렇게 끝나고, 교실에는 토끼와 거북이보다 복잡한 아이들의 감정만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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