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44화 그날의 장난, 누군가에겐 상처

너만 재밌었잖아, 우리한텐 아니었어

by 동룡

쉬는 시간.

형준과 규만은 각각 정연과 민지에게 끌려가 조용한(?) 정신교육을 받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조금 전 수업 시간, 우덕이 나래에게 한 상처 주는 말에 형준이 너무나도 신나게 웃었고, 규만은 같이 상처를 주었기 때문이다.

"그게 웃겨? 진짜 그게 웃겨서 웃은 거야?"
정연은 팔짱을 끼고 형준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런 말 들은 애 입장은 생각도 안 해? 난 네가 그런 애인 줄 몰랐어."

형준은 민망하게 웃으며 변명했다.
"아니… 웃긴 걸 어떡해… 우덕이 말이 너무 웃겼잖아… 진짜..."

"하... 진짜 이걸… 어쩌면 좋지…"
정연은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옆에서 규만도 눈치를 보며 민지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네 친구가 그런 말 했으면 그때 막았어야지. 그게 친구야?
하지 말라고 말리진 못할망정 그걸 같이해?"

"아... 다시는 안 그럴게… 진짜로… 진심이야…"
규만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때 성곤이 우유 급식을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형준은 바나나맛 제티를 꺼내며 정연에게 말했다.
"자~ 오늘은 바나나맛! 달달하게 한 잔 마시고 화 좀 풀자~"

그리고 초코맛 제티를 규만에게 슬쩍 건네며 속삭였다.
"이걸로 민지 화 좀 풀어봐. 지금은 말 꺼내는 타이밍 아니거든."

규만은 '고마워…'라는 눈빛으로 형준을 바라보며 제티를 꺼내 민지에게 슬쩍 내밀었다.
민지는 일단 받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때 사고가 터졌다.

"으아악!!!"

우덕의 ‘우유 배송 서비스’가 생각보다 격했다.
친구들에게 우유를 하나씩 던져주던 중…
제구력이 문제였다. 수빈의 머리 위에 우유 팩이 정확히 명중했다.

터진 우유가 수빈을 뒤덮었고, 튄 액체는 형준과 정연의 책상 위까지 흘렀다.
형준은 바로 물티슈를 꺼내 들고 정연과 자신의 책상을 닦기 시작했다.
"야!! 정연이 자리까지 다 튀었잖아!! 잘 좀 하지 그랬냐 우덕아!!"

우덕도 눈치를 보며 정연 책상 앞으로 와서 청소를 도우며 사과한다.
"정연아, 진짜 미안해… 내가 던질 생각은 아니었는데…"

태연이 나섰다.
"야!! 수빈이한테 먼저 사과해야지!! 걘 지금 우유에 다 젖었잖아!!"


우덕은 턱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쏘리쏘리~ 됐지? 난 사과했어~"

수빈은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고,
지수가 다가와 손을 잡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조용히 있던 나래가 형준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형준아… 우덕이 수빈이한테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게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친하잖아, 네가 말해주면 들을 것 같아서…"

하지만 형준은 슬램덩크 만화책만 넘기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나래가 몇 번을 더 불러봤지만, 형준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결국 정연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야! 진짜 너무하잖아 너!"


형준은 책장을 넘기다 말고 웃으며 말했다.
"얘랑 옆자리 앉는 것도 화나는데, 말까지 하라고?
내가 또 막 화내면… 너 울 거잖아.
그러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단 말이지."

정연은 또다시 고개를 떨궜다.
"... 진짜 이걸… 어쩌면 좋지…"

규만은 그런 형준을 보며 감탄했다.
"역시… 형준이는… 여자친구를 위한 생각이 깊다…"
하지만 민지는 눈을 번뜩이며 규만에게 말했다.

"또 감점이야. 넌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규만은 바로 작아졌고, 그때 국어 시간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다들 웃을 때, 정작 누군가는 울고 있었다. 그건 좀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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