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42화 방송실에서 외친 사랑

짝 바꾸기 대소동

by 동룡

다음 날 아침, 형준은 등굣길에 정연을 마주쳤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어제 일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진짜 미안. 근데, 우리 이제 그냥 친구는 아니지?”

정연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왜? 나랑 커플인 게 싫어?”

형준은 웃으며 슬그머니 손을 잡으려다

“퍽!”

정연의 손이 형준의 어깨를 때렸다.


“아주 그냥 방송실 가서 학교 전체에 퍼뜨릴 기세네??
손잡고 등교한다고 소문 다 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 시각, 교실 문이 열리자 우덕은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드디어!!! 짝 바꾼다!!! 드디어!!! 저 오타쿠한테서 탈출이야!!!”

그에겐 기쁜 소식이었지만, 형준의 표정은 썩어갔다.
형준은 아무 말 없이 교실을 빠져나가더니, 향한 곳은 바로... 학교 방송실.

잠시 후, 전교 스피커에서 형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 정연이랑 사귄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조건 짝이어야 해요, 선생님!!!!”


교무실은 물론,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까지 모두 이 소리를 들었다.
1학년 전체는 환호했고, 정연은 아침부터 두통이 몰려왔다.

잠시 후, 선생님은 형준의 귀를 잡고 끌고 들어왔다.

“자, 다들 알겠지만 오늘은 짝을 바꾸겠습니다!
이번엔 제비 뽑기가 아니라 선생님이 정한 자리예요.
분위기 쇄신을 위한 조치니까 잘 따라주길 바랍니다.”

선생님은 칠판에 자리배치표를 붙였다.
형준과 규만은 그걸 보자 동시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총 5개의 분단, 각 8명씩.
문제는 짝.

1 분단: 형준, 규만, 우덕, 정연, 나래, 수빈.
그리고 나머지 태연, 민지, 지수, 성곤은 2 분단에 배치되었다.


더 큰 문제는
형준의 짝은 나래, 규만의 짝은 수빈,
그리고 정연의 짝은… 우덕.

우덕은 그걸 확인하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오케이. 난 더 바랄 게 없다.”

선생님은 한 달 동안 분단별 점수를 매겨
가장 모범적인 분단에게 상을 주겠다고 말하며 교실을 나갔다.

형준은 여전히 나래에게 차가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정연과는 마주 보고 장난을 치고, 수빈 역시 규만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규만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책상 서랍을 뒤적이다 형준에게 말했다.


“야... 슬램덩크 좀 다시 빌려줘…”

형준은 가방에서 만화책을 꺼내 툭 하고 건넸다.
두 사람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그 와중에도 우덕은 엎드려 책상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조용히 속삭이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 아무리 봐도 정연이랑 짝이라니... 이건 기적이다…”

그리고 그렇게, 인성초 1반의 혼돈의 짝 바꾸기 시즌2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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