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초등학교] 40화 눈물의 온도차

누군가는 온탕, 누군가는 냉탕이었다

by 동룡

교실의 공기는 무겁고, 정적은 날카로웠다.
담임 선생님이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나래야,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줄래?”

나래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형준이가... 저를 밀쳤어요.
그리고 저한테... 기분 나쁜 말도 했고요...”

하지만 말에선 앞뒤가 잘려 있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남긴 채.

그걸 눈치챈 규만과 우덕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좀... 사실대로 말해!”


“맞아, 그때 정황이 있잖아!”

정연도 뭔가 말하려다 멈췄다.
형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일어섰다.


“떠민 건 사실이에요.
근데... 제가 의상에 솜사탕 묻힌 것도 아닌데,
나래가 제 팔을 붙잡고 저지르고 몰아갔어요.
제가 나쁜 말 한 건 아니에요.
정연이랑 왜 다르냐고 하길래,
정연이가 좋은 이유랑 나래가 싫은 이유를 말한 것뿐이에요.
공연 망쳤다고 반 분위기를 다 망가뜨린 건... 나래였어요.”


정적이 감돌았다.
그때, 규만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뭐… 열등감이지.
핑클과 No.1 사이에 끼었으니…
마이크 망가진 게 차라리 다행이었을 수도…”

민지는 말없이 규만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선생님은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나래도, 증거 없이 의심한 건 잘못이야.
그리고 형준이도… 친구를 밀치고 상처되는 말을 한 건 잘못이지.
서로 사과하고 손잡자.”

나래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 이렇게 끝나면… 앞으로 절 더 차갑게 무시하겠죠…”

수빈이 나래 곁에 서서 조용히 말을 꺼냈다.


“선생님… 형준이는요, 정연이한테만 너무 다정해요.

급식에 맛있는 반찬 나오면 하나 더 받아서 정연이 식판에 올려줘요.
우유 나오는 날엔 제티 타서 배달까지 해줘요.
‘정연 초콜릿우유♥’라고 써서요.

비 오는 날엔 자기가 다 젖어가면서 우산 씌워주고 같이 가요.

근데… 나래한텐 아예 말을 안 해요.
진짜 하루 종일 한 마디도 안 해요.

물건을 떨어뜨려도 주워주지 않고,
급식 줄에 있어도 못 본 척해요.
쉬는 시간에 질문해도… 그냥 지나가요.

그냥 사람 취급을 안 해요.
그래서... 나래가 더 예민했던 거예요.”


수빈의 목소리는 점점 떨렸다.
형준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눈빛이,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정연이는 상관없잖아.
왜 자꾸 엮어? 왜 아무 잘못 없는 사람까지 끌어들여?”

정연이 조용히 그의 손목을 잡았지만,
형준은 손을 뿌리치고 앞으로 나섰다.

“불쌍한 척 작작해.
질질 짜는 거 지겹다고.
눈물이 바다가 돼도,
너네 하는 짓이 안 변하면 내가 니들을 싫어하는 건 똑같아.
내가 왜 너네 둘을 싫어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규만과 우덕이 급히 말리러 다가오지만,
형준은 둘을 힘으로 밀쳐낸다.


“더 울어봐.
더 불쌍한 척해봐.
내가 더 불쌍하게 만들어줄게.”

그의 말은 칼 같았고, 교실은 숨소리조차 사라졌다.

그때였다.
정연이 형준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그녀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형준아… 나도 불쌍한 척하는 거 같아…?
제발... 그만해 주면 안 돼?
진짜... 눈물 나…”

그 말 한마디에, 형준은 멈칫했다.
마치 얼어붙은 듯이.
교실은 다시 정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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