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수만 년 이어온 시간의 굴레를 본다.
현재를 비껴가려는 질긴 무의식의 티눈 속에
자전과 공전이 빚어낸 환상의 사슬이 걸려 있다.
과거에서 미래로
직선처럼 흐른다고 믿어 온 시간의 질서,
나는 그 익숙한 궤도를 조용히 뒤집는다.
지금 이 순간을 허물고
삶을 무디게 만드는
소음의 장막을 하나씩 걷어 낸다.
들이마신 공기가
온몸 깊숙이 스며들었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날숨,
그 순환이야말로
거짓 없는 삶의 맨살이다.
코끝에 닿는 이른 아침의 찬 공기,
발바닥으로 천천히 스며 올라오는
바위와 자갈, 낙엽과 황토,
이름 없는 티끌의 감촉.
허공을 가르다 공기와 부딪히는 농구공의 스타카토,
까마귀의 날 선 울음이
고막을 두드리고 지나가는 검은 진동.
높은 바위를 디디고 오르는 찰나,
허벅지 근육과 신경을 타고 번져 오는
미세한 떨림마저
살아 있음의 환한 서명이다.
수개월 유충으로 견딘 끝에
입조차 없이 태어난 하루살이가
단 한 번의 비행에
자기 생의 전부를 걸듯,
우리 또한
매순간 모든 감각을 열어
존재의 불꽃을 남김없이 태워야 한다.
고통조차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경 위를 번쩍이며 지나가는
자연의 번개 같은 흐름,
정확하고도 눈부신 생의 언어.
지금 이 순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것은
기억과 상상이 빚은
희미한 환영.
삶은
오직 지금 여기에서만
자기 얼굴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나는
이 순간을
온몸으로 받아 적는다.
* PS...
인간 마음은 늘 현재가 아닌 다른 시간으로 도망치는 속성을 가졌다고 한다. 집착 때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현재가 전부이다.
나는 최근 모든 감각을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맨발 산행과 달리기 등을 하면서 온갖 감각이 느끼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한다. 그러면 감각에서 올라오는 모든 것들이 마치 정지화상처럼 멈추어 서고, 그것이 또 다른 세계로 인식된다. 느끼는 감각이 활발하게 작동할 때, 나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강력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