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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데이터: 빛, 소리, 그리고 인공지능의 언어

by 신피질

우리가 눈으로 보는 색과 귀로 듣는 소리는 너무도 당연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뇌와 컴퓨터는 이 현실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반드시 자신이 다룰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바로 이 과정이 '데이터화'이고, 인공지능 시대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1. 빛 파동에서 숫자로


빨간 장미를 본다고 할 때,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장미 그 자체가 아니라 620~750nm 파장의 빛이다. 망막의 원추세포가 이를 전기 신호로 바꾸고, 그 신호가 뇌로 전달되어 '빨강'이라는 경험을 만든다.


즉, 현실의 빛은 뇌 속에서 전기 신호라는 가상의 언어로 변환된다.


인공지능 데이터.png


컴퓨터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카메라 센서가 빛을 받아 전압으로 바꾸고, A/D 변환기가 이 전압을 0~255 범위의 숫자로 변환한다. 예를 들어 순수한 빨강은 [255, 0, 0]이라는 배열로 표현된다.


이 배열 자체가 벡터이며, 인공지능은 이를 더 높은 차원의 벡터 공간에 배치하여 색의 유사성과 차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한다.


빛의 삼원색 RGB는 순수한 빨강은 [255,0,0], 초록은 [0,255,0], 파랑은 [0,0,255]이다. 255는 최대 밝기, 0은 빛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흰색은 빛의 최대치 [255,255,255]이고, 검은색은 빛이 전혀 없는 [0,0,0이다]


이세가지 조합의 최대치는 1,678만 가지이다. 인간의 눈은 약 천만 가지 색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2. 소리 : 진동에서 데이터로


소리는 공기의 압력 변화다. 고막이 이 진동을 받아 흔들리고, 달팽이관 속 털세포가 특정 주파수에 반응해 전기 신호를 만든다. 뇌는 이 신호를 해석하여 음악이나 목소리라는 경험을 만든다.

컴퓨터에서는 마이크가 같은 역할을 한다. 압력의 변화를 전압으로 바꾸고, 샘플링 과정을 통해 초당 수만 번 값을 측정한다.


CD 음질은 초당 44,100번 측정한 값(44.1kHz)을 16비트 숫자로 기록한다.


이렇게 해서 순간의 진동은 WAV나 MP3 같은 디지털 파일로 저장된다. 소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펼쳐진 데이터이고, 빛은 공간의 구조 속에 펼쳐진 데이터다.



3. 인공지능의 언어 : 백터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소리를 그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모든 데이터를 토큰으로 쪼개고, 이를 수백 차원의 벡터로 변환한다. 이 벡터 공간에서 가까움은 의미의 유사성을 뜻한다. 고양이와 강아지는 가까이 있고, 고양이와 자동차는 멀리 떨어져 있다.

이 연산은 개인의 노트북이 아니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GPU 서버에서 이루어진다.


수천 개의 GPU가 병렬로 연결된 슈퍼컴퓨터 환경에서, 우리가 던지는 질문 하나에도 막대한 연산이 수행된다.

슈퍼컴퓨터.png

따라서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처럼 현실을 곧바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벡터라는 언어를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답변을 만들어낸다.


4. 데어터의 본질과 철학적 의미


현실의 빛과 소리는 각각 파동과 진동이다.

하지만 뇌와 컴퓨터는 그것을 곧바로 다룰 수 없고, 신호와 숫자로 번역해야 한다.


뇌는 전기 신호로, 컴퓨터는 0과 1의 숫자로. 빨강은 파동이면서 신경 흥분이고 동시에 [255, 0, 0]이라는 숫자다. 소리는 공기의 떨림이면서 뇌 속의 경험이고 동시에 디지털 파형이다.



결국 데이터란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언어다. 뇌와 컴퓨터 모두 현실을 자기 언어로 번역하여 다시 해석한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이 언어를 누구보다 능숙하게 다루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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