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러브콜과 생애 단 한 번의 결혼비행
맨발 산행을 하다 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땅으로 향한다. 여름 숲길은 말 그대로 개미 천지다.
그런데 대부분의 개미는 날개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하늘로 올라가 짝짓기를 할까?
개미는 약 1억 3천만 년 전, 공룡이 지배하던 백악기에 출현했다. 놀랍게도 그 조상은 말벌이다.
여왕개미의 결혼비행은 평생 단 한 번이다. 수개미와 교미한 뒤 날개를 떼어버리고 새로운 땅에서 도시를 건설한다.
수개미의 평균 수명은 약 6개월이지만, 대부분은 교미 직후 생을 마감한다.
여왕개미는 결혼비행에서 보통 여러 마리 수개미와 교미한다. 이를 ‘다수교미(polyandry)’라 한다.
한 번의 교미로 평생 쓸 정자를 모두 받아야 하므로, 유전적 다양성과 충분한 정자량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수컷을 선택한다.
여왕은 복부의 교미공을 통해 정자를 받아 ‘정낭(spermatheca)’에 저장하고, 수십 년간 알을 낳으며 사용한다.
수정란은 일개미나 여왕이 되고, 미수정란은 수개미가 된다.
수개미도 생식기가 있다. 곤충학적으로는 ‘aedeagus’ 또는 ‘phallus’라 부르며, 여왕의 교미공에 삽입해 정액과 정자를 전달한다.
교미 직후 수개미의 생식기가 여왕 몸 안에 남아 다른 수컷의 교미를 방해하는 ‘교미 플러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짝짓기 자세는 수개미가 뒤에서 여왕을 붙잡고 복부 끝을 교미공에 맞추는 방식이다.
비행 중 날갯짓을 멈추거나 줄이면서 균형을 잡고, 수초~수십 초 만에 교미가 끝난다.
곰개미처럼 작은 종도, 왕개미처럼 큰 종도 결혼비행을 한다.
작은 종은 낮은 고도에서 짧게, 큰 종은 더 높고 멀리 비행한다.
대부분 지상 2~10m 높이에서 비행하지만, 큰 종은 20~30m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결혼비행은 여름~초가을, 장마 직후 습도 70% 이상, 기온 24~30℃에서 가장 활발하다.
보통 오전 늦게부터 오후 초반, 또는 해질 무렵에 이뤄진다.
조건이 맞아야 집단 비행이 가능하며, 이를 ‘매칭 윈도우’라 부른다.
여왕개미는 결혼비행 중 복부 끝의 분비선에서 강력한 페로몬을 방출한다.
수개미는 더듬이로 이를 감지하고 바람을 거슬러 비행(upwind flight)하며 여왕에게 다가간다.
멀리서 냄새를 쫓아올 수 있는 체력과 비행 능력을 가진 수개미가 먼저 도착해 교미권을 얻는다.
여왕은 이 향기로 여러 수컷을 끌어들여 유전적 다양성을 극대화한다.
하늘 위 작은 생명들의 결혼식은 극적이다.
바람, 비, 천적이라는 위험 속에서도, 여왕과 수개미는 생애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하늘로 오른다.
그리고 그 사랑은, 땅이 아닌 하늘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