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9탄>
“첫 수업이니 자기소개부터 시작할까요?”
직장생활을 할 때는 소속과 이름만 밝히면 되었데, 수업을 들으며 지금까지 내가 했던 일은 자기소개라 이름을 붙이기에는 민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해 3월부터 시작한 수업 기웃거리기는 거의 열 개의 수업을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요구하는 ‘자기소개’를 얼굴 붉히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 앞에 나가서 말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을 때 신청한 수업이 ‘한국형 에니어그램 1, 2단계(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제가 요새 심리 관련 수업을 듣고 싶었는데, 생각과 달리 수업이 폐강되거나 너무 이론적인 수업만 있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 강의 계획서를 보니 9가지 성격 유형을 이해해서 자기 발견을 한다는 내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수업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이 수업을 통해 제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업은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성격 유형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이론을 듣고 같은 유형인 사람들끼리 토론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에니어그램’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신청한 수업이었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너와 나의 행동이 다른 이유 또는 내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를 하니 막연히 느꼈던 ‘공감’이라는 단어가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호텔 객실에 있는데 불이 났어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선생님의 질문에 수강생들이 대답했다. “119에 전화해야죠.” “위로 피해야 할지 아래로 피해야 할지 파악이 우선이죠.” “내가 옷을 제대로 입고 있는지 확인할 것 같아요.” “불이 난 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복도로 나가서 불이 난 걸 알릴 거예요.” 같은 상황이지만 여러 가지 대답들이 나왔다.
“똑같은 상황이라도 이처럼 성격 유형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달라요. 저는 가스렌인지 밸브를 꼭 잠그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말에 ‘헉’ 하신 분 계셨죠. 사소한 일에서도 성격 유형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죠.” 수업은 지루할 틈도 없이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민간자격증이 발급되는 수업이라 어쩔 수 없이 돈이 많이 들었다는 말에 딸이 물었다. “에니어그램 수업은 성격 검사도 하는 거야?”
“응. 첫 수업에 했는데 충성가형이라고 그게 제일 점수가 제일 높게 나왔어. 근데 짜증 나는 게 뭔지 알아? 그 유형에 맞는 직업군에 엄마 직업이 있더라고.”
“그럼 좋은 거 아냐?” 딸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아니지, 성격에서 조차 엄마의 직업이 정해져 있다는 게 너무 싫은 거지. 망할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너는 싫어도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 같잖아. 정말 싫다. 엄마는 다른 일도 하고 싶었는데.”
쿡쿡 웃는 딸이 물었다. “그래서 엄마는 이 수업 재미있어?”
“응. MBTI처럼 단순히 성격 유형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성격 유형은 무엇인지 찾고 이해하는 거라 은근 도움이 되고 재미있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싫어하는 성격이 조금씩은 있잖아. 엄마도 성격 좀 바꿔 보려고.”
“나는 지금 엄마 성격이 좋은데.”
딸의 칭찬에 기뻐하며 물었다. “왜?”
“엄마는 다른 친구들 엄마처럼 공부든 어떤 친구 만나든 일일이 간섭 안 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잖아.”
“뭐야. 그냥 방임하는 엄마가 좋다는 거네. 엄마 꼭 성격 바꿔서 관심 표현을 아주 적극적으로 하는 엄마가 되어야겠네.”
“그게 아니고~” 딸과 나는 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