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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전지 금속탐지, 무엇이 나올까?

6.25의 상흔

by 팔레오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었습니다. 대부분의 국토는 치열한 전쟁터가 되었죠. 그때의 상흔은 지금도 산에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산에서 금속탐지를 하다 보면 엽전보다도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것이 탄피나 탄두, 파편 등 전쟁 유물입니다.


특히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갔던 경기, 강원 북부와 낙동강 방어선이었던 영천, 안강, 기계에서 전쟁의 흔적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금속탐지로 만나는 전쟁 유물들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6.25 때 우리 국군은 'M1 개런드(M1 Garand)' 소총을 주력으로 사용했습니다. 때문에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이 소총의 탄피와 탄두입니다. M1 개런드는 반자동 소총으로 8발 탄을 소비하면 클립이 '팅~'하고 튀어나옵니다. 그러면 다시 새 클립을 넣고 발사하는 방식입니다. 고증이 잘 된 전쟁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자동은 8발을 쏘려면 방아쇠를 8번 당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국군이 사용한 소총으로 'M1 카빈(M1 Carbine)'이 있는데 M1 개런드보다 조금 더 작습니다. 카빈 소총은 90년대까지도 예비군 훈련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 발 쏘면 충격을 못 이기고 나무 덮개가 떨어져 나간다는 말까지 회자될 만큼 내구성이 안 좋기로 악명이 높았죠.




옛날 소총이 다 반자동 방식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발 쏘고 나서 손으로 노리쇠를 당긴 뒤 쏘는 방식이 있습니다. 이를 볼트액션이라고 합니다. 보통 영화에서 저격수들이 한발 쏘고 철컥하며 손으로 노리쇠 손잡이를 당기는 소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민군들이 주력으로 사용한 '모신나강(Mosin Nagant)' 소총이 5발 볼트액션 방식이었습니다. 국군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M1 개런드가 8발 반자동이기 때문에 5발 볼트액션 모신나강보다는 발사 속도면에서 우위였습니다. 하지만 볼트액션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부품이 단순해 고장이 적어 내구성이 좋으며 사격 정확도가 높습니다.


또한 인민군이 사용한 소총으로 자동 사격이 가능한 'PPSh-41'이 있습니다. 일명 따발총이라고 하죠. 방아쇠를 한번 당겨 잡으면 71개의 탄이 다 소모될 때까지 연사가 됩니다. 아마 이 소총이 모신나강보다는 더 익숙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당시 인민군이 보유한 따발총은 2,000정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귀한 편이었습니다. 많은 장탄수와 연사가 장점이지만, 인민군 장교가 쓰던 '토카레프(Tokarev)' 권총탄과 동일한 작은 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확도와 사거리가 많이 떨어지는 것은 큰 단점이었습니다.



맨 위의 탄피가 M1 탄피이고, 오른쪽에 녹이 슨 것은 모신나강 탄피입니다. 모신나강 탄피는 드물게 동 재질도 있지만 대부분은 철 재질로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온전한 게 별로 없습니다. 가운데 작은 탄피는 따발총 탄피입니다. 입구가 쭈글쭈글한 것은 국군이 사용한 'M1 카빈(M1 Carbine)' 공포탄이며, 하단의 탄두는 긴 것이 M1 개런드, 짧은 것은 모신나강 탄두입니다.



이건 M1 카빈 실탄입니다. M1 개런드만큼은 아니지만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탄이 더 작고 특히 탄두가 둥근 것이 특징이죠.



이제 이 두 종류의 탄피를 알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왼쪽이 따발총 탄피, 오른쪽이 M1개런드 탄피입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동 재질의 모신나강 탄피입니다. 총을 발사하면 탄피가 튀어 나옵니다. 탄피를 빼내기 위해 탄피에는 홈이 있는데 이를 '림(Rim)'이라고 합니다. 보통 탄피 하단 위 1~2mm 쯤에 림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신나강은 특이하게 림이 탄피 맨 밑바닥에 있습니다.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M1 개런드 실탄입니다. 한자리에서 나왔는데 8발이 한 세트인걸 감안하면 아마도 한 발만 쏘고 흘린 것으로 보입니다.



M1 개런드 실탄은 이처럼 클립에 8발이 들어있는 것이 세트입니다. 얼마나 전투가 다급했으면 이걸 통째로 흘렸을까요?



M1 개런드 탄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탄두에 검은색이 칠해진 것은 철판을 관통할 수 있는 철갑탄입니다. 구리 재질의 탄두 안에 납 대신 탄소강이 들어있습니다.



철갑탄 탄두의 모습입니다. 구리를 벗겨내면 아래 같은 탄소강 알맹이가 있죠. 강도가 크기 때문에 웬만한 철판을 뚫을 수 있으나 탱크처럼 두꺼운 철판엔 무용지물입니다. 때문에 6.25 초반 인민군 탱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었죠.



탄두에 빨간색 칠이 된 것은 예광탄입니다. 야간에 불꽃의 궤적을 남기면서 날아가 탄착 위치를 알게 해 줍니다. 물론 공격자의 위치도 노출시키는 단점이 있습니다. 예광탄 탄두에는 인(P) 성분이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M1 탄피의 뒷부분에는 알파벳과 숫자가 있습니다. 'LC'는 제조한 곳을 의미하고 '45'는 생산연도가 1945년이라는 뜻입니다. 중앙 부분이 깨끗한 것은 뇌관이 살아있는 미사용탄입니다. 현행법상 화약이 있는 실탄을 소유하면 위법이므로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나, 실탄 하나라도 신고하면 일단 어느 산이든 경찰 혹은 군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와야 합니다. 그들이 올 때까지 신고자가 기다려야 하구요. 워낙 흔하게 나오는 실탄을 발견할 때마다 신고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묻는 것이 슬기로운 방법임을 한 두 번쯤 신고해 보면 알게 됩니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본인의 몫입니다.


참고로 탄피 아래 문자 몇 종류를 익혀두면 어느 곳에서 제조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LC - 레이크 시티 조병창 (Lake City Army Ammunition Plant)

TW - 트윈 시티즈 조병창 (Twin Cities Ordnance Plant)

SL - 세인트루이스 조병창 (St. Louis Army Ammunition Plant)

DEN - 덴버 조병창 (Denver Ordnance Plant)

DM - 데스 모인스 조병창(Des Moines Ordnance Plant)



M1 개런드 탄피 크기만 한 탄두도 있습니다. 'M2 브라우닝 중기관총(Browning M2 Heavy Machine Gun)' 탄두입니다. MG50이라고도 합니다. 탄두가 큰 만큼 위력이 대단합니다. 북한에서 고사포로 처형할 때 대략 이 정도 크기의 탄을 사용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람이 맞으면 어디 구멍이 뚫리는 게 아니라 처참하게 박살이 나 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시무시하죠. 이런 걸 이모부한테 싸서 처형했다는 김정은은 대체...



보통 한자리에 집중적으로 연사 하기 때문에 하나를 발견하면 주위에서 여러 개를 찾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탄두 내부에 납이 들어있어 만지면 좋을 게 별로 없습니다.



포탄 파편도 종종 발견됩니다.



60mm 박격포탄 날개입니다. 아마 몸체는 폭발하고 날개만 떨어져 남은 것으로 보입니다.



날아와서 땅에 박혔지만 제대로 폭발하지 않고 압착이 된 포탄인 듯합니다. 실탄과 달리 박격포탄 날개나 이런 것들이 튀어나오면 식은땀이 좀 납니다.



드물지만 수류탄이 나오기도 합니다. 머리 부분은 유실되고 몸체만 남았네요. 내부가 비어있다면 좋을 텐데 보통은 입구 부분이 막혀 있어 내부 상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워낙 오래된 MK2 수류탄이라 사실 터질 일은 없지만 일단은 멀리 튀고 봐야 합니다. 0.000001%의 로또 확률이라도 터지면 100% 사망각이기 때문입니다. 시한 신관의 작동시간은 5초 정도이므로, 한동안 터지지 않았다면 안심입니다. 실탄의 경우와 달리 이런 건 다른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신고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런 게 가장 무섭습니다. M16 도약지뢰의 뇌관부입니다. 압력식 신관으로 몇 kg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튀어올라 공중에서 폭발하죠. 다행히도 이건 훈련용 가짜 지뢰이고, 아래 깡통 모양의 몸체도 없습니다. 도색과 글자가 선명한 것으로 보아 6.25 때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신 나간 놈이 이런 걸 땅에 묻고 그냥 가냐?"



짧은 놋숟가락과 같은 전쟁 유물도 볼 수 있습니다. 숟가락이 왜 전쟁 유물이냐고요? 주머니에 휴대하기 용이하게 하려고 인민군이나 빨치산들이 이처럼 짧게 만들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명 '빨치산 숟가락'이라고도 하죠.



이것은 스텐 재질입니다.



미국의 상징인 독수리 도안의 미군 야상 단추입니다. 탐지를 하다 보면 별이 새겨진 단추 등 다양한 종류의 단추를 볼 수 있습니다.



세척을 하니 의외로 보존 상태가 좋습니다. 구리 재질이라 땅속에서 70년 이상의 세월을 버텨냈네요.



오래된 계급장도 볼 수 있습니다. 1962년~67년 사이에 사용한 일병 계급장입니다. 얇은 금속 재질이라 깡통 계급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것은 병장 계급장입니다. 이등병에서 상병까지는 직사각형이고, 병장부터는 아래가 뾰족한 오각형 형태로 바뀝니다.



이것은 국군 창설 후부터 1962년까지 사용한 하사 계급장입니다. 탄피밭에서 찾았으니 6.25 때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 시기 계급장은 모두 위가 둥근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이처럼 특별한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공군 기념장이죠. 6.25 때 중공군은 '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뜻인 '항미원조(抗美援朝)'를 내세우며 참전했습니다. 그래서 중공군 관련 유물도 나옵니다.



앞면


뒷면


세심하게 세척을 했습니다. 도색된 부분이 일부 남아있네요. 1950년에 만든 '해방화중남기념장'입니다. 참전한 중공군이 달고 있다가 전투 중에 떨어뜨린 것으로 짐작됩니다.



뒷면에 옷핀은 철재질이라 부식되어 사라졌습니다. '중남군정위원회반발'이라고 새겨져 있네요. 여기서 '반발'은 '어떤 상태나 행동에 대해 거스르다'가 아니라 '나누어 발행하다'라는 뜻입니다.



금속탐지를 하다 전쟁 유물을 발견할 때면, 엽전을 찾았을 때처럼 반갑거나 즐겁기보다 늘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고 금속탐지를 취미로 하는 이 산이, 오래전에는 얼마나 많은 이들이 피를 흘렸던 곳인지 그 흔적들이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자신의 청춘과 생명을 바치신 수많은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깊이 추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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