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탐지, 스마트폰 찾기 미션

mission impossible

by 팔레오

살다 보면 이런저런 물건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냥 돈일 경우라면 잠깐은 마음이 쓰릴지 몰라도, 매우 큰돈이 아니면 금세 잊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소중한 사연이 담겨있는 특별한 물건이나 유품, 결혼반지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저는 개인적으로 바닷가에서 금붙이 따위를 찾는 금속탐지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는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누군가의 상실감과 괴로움을 나의 즐거움과 행복으로 바꾸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게 큽니다. 반면에 산에서 주운 엽전 같은 경우는 소유자가 자발적으로 동전을 돌무더기에 넣었다거나, 혹은 비자발적이라 하더라도 이미 고인이 되셨을 테니 마음의 부담이 거의 없죠.


금속탐지 카페 같은 데는 분실물을 기꺼이 무상으로 찾아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아주 훈훈하죠. 만약 뭔가 중요한 것을 분실하셨다면, 신속히 금속탐지 카페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시면 누구든 나서서 도움을 줄 것입니다.


반지나 목걸이 같은 귀금속이 주를 이루지만 간혹 스마트폰을 찾아달라는 의뢰도 들어옵니다.


어느 날, 생태 연구를 하는 분이 심산계곡에서 업무 중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는 사연을 듣게 되었는데, 폰에 소중한 사진이 담겨있어서 꼭 찾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 딱한 사연을 외면할 수 없어 제가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간만에 좋은 일을 할 기회가 왔습니다.



이곳은 금강송 군락지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입니다만, 이분은 산림청 허가를 얻어 생태 연구를 하는 분이라 상시 출입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저도 이곳 구경을 할 수 있겠네요.



차로 임도를 달리다 오른편에 특이한 것이 보여 잠시 하차를 했습니다. 크고 평평한 바위에 글자가 새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黃腸封山 東界鳥城 至西二十里(황장봉산 동계조성 지서이십리)' 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는데 해석해 보면 '황장봉산의 동쪽경계는 조성으로부터 서쪽 이십 리에 이른다.'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이곳은 왕실에서 관리하던 중요한 산이었습니다. 주로 궁궐이나 군함 건조에 필수적이었던 금강송이 자라는 곳이라 일반인의 출입과 벌목을 금하기 위해 이와 같은 글을 새겨 놓았던 것입니다. 만약 일반 백성이 무단으로 벌목을 하면 사형 또는 중형을 피할 수 없었죠. 글에 나온 조성이라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로부터 서쪽 8km 이내가 관리지역임을 알려주는 조선시대 유물입니다.



좁은 임도를 20분 정도 달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금속탐지를 할 때 저는 주로 장화를 신는데, 제 신발을 보더니 스파이크를 건넵니다. 뭐 굳이 이런 게 필요할까 싶었는데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 아래 계곡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길이 없어 매우 비탈진 경사면을 기다시피 가야 했기 때문이었죠. 도중에 자칫 미끄러지면 10m 높이의 절벽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아찔한 코스였습니다. 더구나 한 손엔 탐지기를 들고 있어야 하고 낙엽도 두텁게 쌓여 있어 땅을 정확히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발을 내딛기가 쫄렸습니다. 금속탐지로 산전수전 다 겪었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므로 '아... 이건 좀 아닌데'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그 와중에 사진 찍는 깡다구, 제가 생각해 봐도 간이 좀 부었습니다. 앞에 보이는 나무가 꽤 큰 것임을 감안하면 높이를 대략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겨우겨우 계곡 아래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막상 내려오고 보니 길도 없고 탐색범위가 너무 넓었습니다. 의뢰하신 분에게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당시에 지나갔던 길을 따라 걸으라고 하고 저는 뒤에서 그 길을 따라 탐지기로 훑어보기로 했습니다.



완전 원시림입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죠.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는 심산유곡이니 사람의 발길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길도 없는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올라가 보았지만 아무 신호음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낙엽이 살짝 쌓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으로 수십 cm에 곳에 따라 1m 깊이까지도 낙엽이 쌓여있어 상당히 위험했습니다. 잘못 밟을 경우 발이 푹 빠지면서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뢰하신 분은 수시로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아무리 생태 연구가 중요해도 이런 곳에 혼자 와서 뭔가를 한다는 게 조금은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저도 매양 혼자서 산을 쏘다니는 터라 그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네요.



커다란 관솔가지입니다. 금강송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고들 합니다. 살아있는 소나무가 불에 타면 송진을 내뿜어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그래서 이처럼 불에 그을린 나무에는 송진이 가득 들어있죠. 그래서 목공예하는 사람들이 아주 좋아하는 물건입니다. 조금 탐이 나기는 했지만, 속이 타들어가는 사람을 옆에 두고 이런 걸 주을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이런 관솔을 자르면 이렇게 붉은색 송진이 두드러집니다. 나무도 묵직하고 향기가 특히 대단하죠.



이렇게 잔을 만들면 썩지도 않을뿐더러 촉감도 뛰어나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영화 향수에서 주인공이 사람을 죽여가면서까지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데,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관솔의 향을 떠올렸습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향기,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 않는 향기여서 아마 그랬던 듯합니다.



조각을 하려고 잘라놓은 관솔입니다. 사진에서도 그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은장도를 만들려고 원통형으로 다듬은 관솔입니다. 은과 어울리는 나무의 색과 무늬도 참 예쁩니다. 그나저나 이야기가 또 삼천포로 빠졌네요.



이분은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왔다고 말했는데, 이때까지 열심히 탐지기를 휘둘러보았지만 결국 감지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마음속 실망감이 저에게도 그대로 전해지는 듯해 제 마음도 적잖이 무거웠습니다.



돌아가는 길에도 뒤를 따르며 탐지를 했습니다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청정계곡의 분위기와 탐지 난이도를 엿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추리해 보건대, 시작점 부근 급경사지대에서 스마트폰이 주머니에서 빠져 아래로 굴러 떨어진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래는 꽤 깊은 물이 고여있는 곳이라 탐지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서로 미안한 마음으로 차에 올라타 돌아왔습니다. 처참하게 실패한 미션이었네요.



사례 같은 건 처음부터 사양하고 또 사양했지만, 끝끝내 장문의 감사 글과 함께 기프티콘을 보내왔습니다. 폰이라도 찾았다면 좀 나았을 텐데, 받기가 참 무안했습니다.


혹시 클라우드에 접속해 보면 사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주었는데, 후에 반신반의하며 클라우드에 접속해 보았더니 다행히도 상당수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나마 제 마음의 부담을 덜은 듯해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기억하세요! 비록 저는 이번 미션에 실패했지만, 만약 어떤 물건을 분실하신다면 금속탐지 카페에 도움을 청하세요. 가까운 곳에 사는 금속탐지인이 꼭 도와줄 것입니다. 물론 저도 기회가 되면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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