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광 체험
일제시대엔 우리나라 금광이 수천여 곳에 이렀습니다. 현재 채굴이 이루어지는 금광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없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작 십여 곳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금값이 폭등해 앞으로 채굴이 재개되는 곳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금광 허가가 매우 까다로워 실제로는 쉽지 않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금광은 과연 어떤 곳일까?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굴 안에 누런 금줄이 막 박혀있는 곳일까?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인 찬스를 이용해 금광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국내에 얼마 넘지 않은 금광, 사장님이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멀리 갱도가 보입니다. 갱도 앞에는 금광에서 캐낸 광석이 자동차 높이만큼 쌓여있습니다.
오른편의 거대한 기계는 금광에서 채굴한 광석을 분쇄하는 장비입니다.
여기가 갱도 입구입니다. 이곳은 일제시대부터 채굴을 했던 유서 깊은 곳이라고 합니다.
지난 제 글을 보면 잘 아시겠지만, 이런 굴을 보면 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합니다. 갱도를 따라 수십 미터를 걸어 들어가 보았는데 도중에 바닥에 물이 차있어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빛 한점 없어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갱도의 모양은 위 사진과 거의 똑같았습니다. 벽과 천장엔 나무로 된 동발이 설치되어 있고 바닥엔 철로가 깔려있어 광차가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갱도 입구에서 수백 미터를 들어가 캐낸 광석입니다. 검은색 띠를 이룬 부분이 금의 함량이 높다고 합니다.
금과 은은 사이가 좋아 늘 붙어 다닌다고 하죠. 그래서 금광석엔 금만 나오는 게 아니라 대부분 은이 함께 섞여 나옵니다. 이 검은색 띠엔 금과 은이 섞여 있습니다. 물론 금보다는 은의 함량이 높습니다.
딱 봐도 범상치 않은 광석입니다. 사실 금광에서 노란 금이 그대로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다른 금속과 섞여서 이처럼 나온다고 하죠. 다시 강조하지만 검은색이 진할수록 금의 함량이 높습니다.
이 광석들을 분쇄하는 장비입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광석이 옮겨지면 이를 잘게 분쇄한 다음 물을 섞어 1차 분리를 합니다. 밀도가 낮은 돌은 버려지고, 금과 은을 포함한 무거운 금속은 끝까지 남게 되는 것이죠.
이를 위해 거대하고도 강력한 모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통 안에 광석이 들어가면 어린아이 머리만 한 쇠공이 함께 회전하며 잘게 분쇄가 됩니다. 분쇄된 가루는 물과 함께 섞여 흘러나오는데 좌우로 흔들리는 고무판을 지나며 밀도차에 따라 돌과 금속이 분리됩니다. 사금을 찾을 때 쓰는 슬루이스와 같은 원리죠.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직접 스위치를 켜 작동 시연을 보여주셨습니다. 기계가 작동하면서 돌이 부서지는 소리는 깜짝 놀랄 만큼 컸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가치 없는 돌가루는 버려지고 이처럼 금의 함량이 높은 가루만 남게 됩니다. 그 가루를 한 줌 쥐어 금이 많이 들어있는 것이라며 보여주셨습니다. 돌아갈 때 선물로 한 됫박 정도나 퍼서 통에 담아 주셨죠. 참고로 이 광산에서는 제련을 해서 최종적인 금을 만들지는 않고, 이 가루를 제련 업체에 판매해서 수익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를 소중히 가져와 집에서 일부만 2차 가공했습니다. 약절구에 정성스럽게 빻은 다음 패닝접시를 이용해 돌가루를 더 제거했습니다. 부피에 비해 엄청 무거운 것으로 미루어 금이 많이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이 안에~ 금 있다~!'
현미경으로 확대를 해 보았습니다. 소금처럼 입방정계 결정 구조가 많이 보이네요. 황철석도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금은 주로 석영맥을 따라 올라옵니다. 마그마 속에 녹아있던 금이 석영을 따라 굳어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분쇄된 입자엔 석영이 꽤 많이 관찰됩니다. 전체적으로 사금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순도가 높은 사금은 그 자체로 금덩이나 다름없죠.
이것이 가장 전형적인 금맥의 모습입니다. 깔깔한 석영을 따라 검은색이 군데군데 박혀있죠. 옛날 광부들은 어둠 속에서 금광석을 구분하기 위해 혀를 가져다 대곤 했다고 합니다. 뭔가 단단하고 깔깔한 느낌이면 금광석이죠.
이를 왕수(염산 3 : 질산 1)나 시안화물에 녹인 다음 환원시키는 화학적 과정을 거쳐 금을 추출합니다. 비록 반짝반짝한 금의 모습은 아니지만, 금광에서 캐낸 오리지널 금광석이니 나름 소장 가치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은의 함량이 높은지 은색이네요. 자연스러운 은광석의 모습입니다.
보통 금(Au), 은(Ag), 아연(Zn) 등이 많이 들어있으며, 해로운 비소(As)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곁에 두고 손으로 쓰담쓰담하기는 조금 후달립니다.
금광석의 패턴이 실로 다양합니다. 특히 이것은 거의 대부분 금속성 물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매우 무겁구요.
노릇노릇한 것이 모두 금으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요?
끝으로 기꺼이 금광을 직접 안내하시고, 선물도 주시고, 게시를 허락해 주신 ㅇㅇㅇ사장님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사장님, 요즘 금 값 많이 올라 좋으시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