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치는 기적과도 같은
살다 보면 여러 마음을 만난다. 그 마음의 모양은 뾰족뾰족 꼭지가 많은 별모양, 전형적인 하트모양, 동글동글 동그라미 모양, 각이 잡힌 세모 네모 모양 등 여러 형태가 있다. 다가오는 마음의 주체도 다양하다. 가족의, 직장동료의, 남자의, 친구의, 고양이의. 여러 주체가 각자 가진 다양한 모양의 마음을 내 눈앞에 꺼내어 보이는 순간, 나는 일단 정지해 버린다. 곧바로 쉽게 반응하지 못하고.
어떤 마음은 사랑이고, 어떤 마음은 동경이나 존경이며, 어떤 마음은 유대고, 어떤 마음은 의존이고, 어떤 마음은 욕망이다. 그 마음들은 중복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1:1 매칭에 가까운 독점적 소유권을 원한다. 하지만 그 각자 다른 형태의 마음조각과 보편적이지 않은 내 감정의 용적(capacity)이 일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안타깝게도 모든 마음을 다 수용할 자리가 없다. 그래서 그 마음들을 보고 듣고 느껴서 알게 되었음에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내 마음 또한 외면을 당한 적이 있다.
그 마음을 내게 끼워 넣을 수 없어요. 나와 모양이 달라요. 방향이 달라요. 그래서 미안해요. 하고 말해도 어떤 마음들은 방향을 바꾸어 다른 곳을 향해 떠나지 못한 채 여전히 근처를 맴돈다. 그렇게 남아 서성이는 마음은 무게를 준다. 지구를 공전하는 달처럼, 내 세상에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기도 하고 하루의 길이를 조절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통증이 인다. 응답받지 못하는 마음과 응답해주지 못하는 마음 간의 통증.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기적 같은 일이다. 살면서 그런 사랑을 몇 번 경험했다는 것은 지금 돌이켜보면 축복이 아닌가 싶다. 그 과정에서 눈물의 호수가 몇 개 생기고 보이지 않는 상흔이 꽤 남았다 할지라도.
스스로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에 대해 언젠가 발전하겠지. 하는 식의 자기기만을 한다거나, 좋은 게 좋은 거. 혹은 이 정도면 됐지. 같은 식의 적당한 타협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다들 그렇게 살아. 그냥 맞춰가는 거야. 사람이 착하면 됐지. 혹은 조건이 좋으면 됐지. 그게 죽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그게 나다. 내가 가진 마음의 모양과 틀에 꼭 맞는 사람이 아니라면, 조금 쓸쓸하더라도 홀로 비어있는 게 더 편하다. 나와 다른 마음의 모양과 방향을 내가 맞춰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됐기 때문이다.
타인의 귀한 마음을 받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감사한 일이지만, 동시에 무거운 일이다. 책임감이 필요하다. 그저 받기만 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부채감과 죄책감이 쌓인다. 그 감정은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나도 마음을 그만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야만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타고나기를 사랑이 가득해서 누구에게나 나눠주고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많았으면 좋겠다. 나는 줄 수 있는 사랑도, 받고 싶은 사랑도 그렇게 커다랗지 않다. 나의 그것과 모양과 방향이 잘 맞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부드럽지도 거칠지도 않은 질감의 마음이 지금 내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