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과 통제

위해준다는 명목의

by Ubermensch







예전에 나랑 닮은 기질의 9세 자녀가 있어서 회사에서도 가정에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내게 금쪽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면, 사회성을 좀 길러보시는 게 어떨까요. 알아요(x) 그렇군요(ㅇ) 하는 식으로 내 비사회적인 답변을 고쳐주곤 했다. 서른살이 넘은 나를 9세 자녀 취급을 하며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하던 그에게, 나는 그냥 살던 대로 살면 안 되나요? 하고 반항했다. 내가 근처를 지나가면 한숨을 푹푹 쉬어서 그 한숨소리가 귀에 내리 꽂혔다.


왜 자꾸 한숨을 쉬냐고 물어보니 내가 생각이 너무 많고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안쓰러워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그건 내 몫이고 내가 지고 갈 짐이며 대신 들어줄 수 없고 알아서 살 테니 상관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나를 교정하려고 했다. 방금 뭐가 쏟아질 뻔한 것을 알았냐, 왜 자꾸 그러는 거냐, 이럴 때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이렇게 행동한다. 내가 어디 부딪히면 화를 냈다. 계속해서 내게 주입했다. 이래라저래라. 나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 무수한 잔소리와 짜증과 개입과 걱정이 내가 보편적이고 평범한 삶의 행복에 가까워지도록 이끌려는 노력과 조언임은 나도 잘 알았다. 하지만 그게 될 것이었다면 진작 그렇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너무 답답해서 어느 날 이해가능한 방식으로 말해보았다. 제 모국어는 한국어예요.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배워서 대충 의사소통을 할 줄 안대도 기본 사고과정의 토대는 한국어인데 영어로 말하고 생각하라고 강요하면 그게 되겠나요? 하고. 그는 끝내 내 비명을 무시하며 앞으로는 영어를 쓰도록 하세요. 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살면서 그런 사람들이 자주 있었다. 내가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오해받지 않도록, 애정에 기반한 것임은 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없기에 답답했다. 그게 안 돼서 그렇다.


나도 술을 안 마시고 싶다. 현실에서 그만 떠다니고 싶다. 나만의 세계에 빠져 사건 사고를 그만 일으키고 싶다. 보편적인 평범한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살고 싶다. 아카이브속 영상 재생도 그만하고 싶다. 그만 괴롭고 싶다. 하지만 회로가 안 그렇게 설계된 사람에게 전혀 다른 회로의 작용과 보편의 출력을 강요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 안타깝거나 답답해서 혼을 내거나 화를 내도 어쩔 수가 없다. 그렇게 설계되어있으므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불편한 존재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대를 위한다는 선의의 명목일지라도 일정 선을 넘으면 강요와 폭력으로 느껴진다. 보편이 되지 못해 어찌할 바 모르는 스스로가 가장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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