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인프라
싱가포르에서 자산가들이 가장 크게 매력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세금 제도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상속세와 증여세가 전혀 없다(0%). 단순히 양도소득세나 배당소득세가 없다는 점보다, 세대를 넘어 자산을 자유롭게 이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훨씬 더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상속세가 30~50% 수준까지 부과된다. 한국만 해도 고액 상속 시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런 환경을 감안하면, 싱가포르의 제도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가족 간 자산 이전이 매우 자유롭기 때문에 공동계좌를 운영하거나 부모의 부동산을 자연스럽게 상속받는 일이 흔하다. 물론 이 혜택이 모든 이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출신국, 자녀의 국적 및 거주지에 따라 본국 과세가 병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싱가포르 내에서의 자산 이전은 자유롭다.
흥미로운 점은, 싱가포르가 처음부터 이런 제도를 갖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거주용 부동산 900만 싱가포르 달러, 금융자산 60만 싱가포르 달러까지는 면세였지만, 그 이상에 대해서는 5~10%의 누진 상속세가 부과되었다. 물론 이조차도 한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8년, 싱가포르는 상속세 전면 폐지를 선언했다. 이는 해외 자산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2010년 이후 싱가포르로 유입되는 해외 부자들의 자산은 빠르게 늘었고, 도시국가의 금융허브로서 위상은 한층 더 강화되었다.
싱가포르의 매력은 세금 혜택에만 머물지 않는다. 싱가포르 달러는 아시아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안정성과 유동성을 자랑한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철저한 관리 아래 연간 변동률은 ±2% 이내로 제한되어 있으며, 자유로운 송금과 외화 계좌 개설이 허용되어 외환 규제 역시 없다. 환전 시장 규모만 놓고 보아도 아시아 2위에 이를 정도다.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에서 환율 변동성과 외환 규제가 자산가들에게 리스크로 다가오는 것과 달리, 싱가포르는 ‘안정성’이라는 확실한 신뢰를 준다.
생활 인프라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언어 장벽이 거의 없다. 요즘은 많은 나라에서 영어가 통용되고 있지만, 막상 현지에서 생활하며 업무나 사업을 추진하려면 의사소통의 편리함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중국어를 전혀 모른 채 중국에서 살거나 사업을 한다고 상상해보면 답답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은행, 병원, 공공기관 등 어디서나 영어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법인 설립 절차도 간단하고, 법인세율 역시 17%에 불과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기에 장벽이 낮다.
치안 또한 자산가들에게 중요한 고려 요소다. 싱가포르는 고도의 감시 시스템과 강력한 법 집행, 범죄에 대한 엄격한 처벌 덕분에 범죄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라는 평가는 과장이 아니다. 교육 면에서도 강점을 갖추고 있다. 공립학교에서는 영어와 중국어를 기반으로 한 교육이 이뤄지며, IB, AP, 영국식 커리큘럼을 갖춘 국제학교가 70여 개에 달한다. 깨끗한 환경, 안정적인 사회, 수준 높은 교육은 가족 단위로 이주를 고려하는 자산가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매력 요소다.
이쯤 되면 가족을 싱가포르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깨끗한 공기와 쾌적한 주거 환경은 그야말로 보너스다. 특히 본국의 생활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악하다면 싱가포르로 이주하려는 욕구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이런 모든 혜택과 안정된 환경을 누리려면 상당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비와 부동산 가격은 아시아 최고 수준에 속한다. 그러나 충분한 자산을 가진 이들에게는 그조차도 감수할 만한 ‘프리미엄’으로 여겨진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많은 부호들은 싱가포르로 자산을 이전하고 가족의 거주지를 옮기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싱가포르에서 관리하는 총 운용자산 규모(AUM)는 2000년 초반부터 꾸준히 성장해왔으며, 2010년대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싱가포르 통화청(MAS)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싱가포르 운용자산 규모(AUM)는 약 6.07조 싱가포르 달러(약 4.66조 달러)에 달한다. 매년 8-13%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자산유입이 이어져 왔다.
자산의 출처를 살펴보면 흥미롭다. 운용자산의 약 77%가 싱가포르 외부에서 유입되었으며, 그중 상당 부분(약 33%)이 아시아 지역에서 들어왔다. 즉, 싱가포르는 자국의 부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 나아가 글로벌 자산가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오프쇼어 뱅킹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싱가포르에는 ‘세계의 돈’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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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 Singapore Asset Management Survey 2024, asset-management-survey-report-2024.pdf MAS에서 매년 싱가포르 운용 자산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는데, 이는 은행, 금융 및 외환 센터, 자본시장서비스업(CMS) 라이선스 보유 기관(리츠 운용사 포함), 금융 자문사, 보험사, 그리고 일부 면제 대상 기관이 포함되며, 정부 관련 기관의 직접 투자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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