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자 그 사람은 회사로 복귀했다.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자연스럽게 내 자리로 오게 되었고 내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척하며 비상계단으로 불렀다. 그 사람이 먼저 나가고 나는 그 후 한참 뒤 따라 나갔다.
"그만하고 싶다니 무슨 뜻이야?" 그 사람이 말했다.
"말 그대로예요. 과장님이랑 이제 그만 만나고 싶어요."
"왜?"
"이 관계가 이젠 지쳐요."
나는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을 쏟아 대신 그렇게만 말했다. 기약 없는 만남을 내일이면 보상받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위안 삼아 하루를 가게도 했으며, 혼자 남겨진 방 안에서 그 사람이 집에 가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생각에 고통스러웠음에도 그러한 고통이 결국 하루를 버티게 만들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이 관계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었다. 이런 일상 속에서 나는 나를 점차 지워가는 연습을 했고 이제는 내가 더 이상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 구구절절 한 들 이 사람에게 나라는 사람은 절대 이해받을 수 없기에.
"상연아... 내가 지금 아버지 일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우리 이 얘기 나중에 하고 잘 지내면 안 될까? 너도 알잖아... 내가 지금 경황이 없는 거..."
"미안해요. 우리 이제 그만해요. 갈게요."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그 사람이 내 팔을 붙잡고 말했다, "제발..."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 비상계단을 뛰쳐나왔다. 이제 됐다.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숨을 크게 들이내 쉬며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평소에 보던 사물과 사람들이 더 뚜렷하게 보이며 낯설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사무실에 한참뒤 힘없이 걸어 들어왔다. 낯빛은 어두워 보였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 문 앞엔 그 사람이 서 있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 사람이 말했다.
"아니요. 할 얘기 없어요."
"상연아..."
"집으로 돌아가세요."
나는 그 사람을 옆으로 밀쳐 도어록 비밀번호를 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한두 시간이 흐른 뒤 인터폰을 확인했을 땐 그 사람은 가고 없었다. 나는 싱크대 밑 수납장을 열어 사두었던 와인들을 꺼내 한 병 한 병 쏟아냈다.
주말의 시작과 동시에 그 사람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초인종을 눌렀다. 나는 침대에 웅크리고 집에 없는 척했다. 그다음 날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핸드폰이 울렸고 메시지가 와있었다.
'미친년아 니 인생도 쫑날 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