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으로 시작하는 마라톤(상)

나와 포켓몬 1

by 드래곤실버

나는 포켓몬을 좋아한다. 마라톤은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운동 전반을 다 싫어한다.


초중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은 체육이었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음침하게 구석에서 만화나 게임얘기를 하고 체육 시간에는 미적거리면서 운동장으로 가서 어떻게든 스탠드 근처에서 안 움직이려고 하던 학생이 바로 나였다.


7월 마지막주

나는 포켓몬 마라톤이 제주도에서 열린다는 것과 오늘 예매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억지로 그 사실을 무시하고 있었다. 제주도에 마라톤을 하러 간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계획은 어떤 사은품을 주는지 일정이나 이런 게 어떤지 보려는 것이었는데.


사은품으로는 티셔츠와 네임택 등등 그리고 완주시 포켓몬 메달.

나는 결제를 했다.


오타쿠는 한정판과 마감임박에 약하다. 4km 코스가 생각보다 빨리 마감이 되는 걸 본 나는 조바심이 났다. 일정이고 뭐고 일단 예약을 하고 생각을 하자. 그래 나는 이렇게 돈을 쓰기 위해서 취직을 한 거니까.


마라톤 대회. 날짜는 10월 11일 정은 금요일 오후 비행기로 제주도에 도착하고 토요일 오전 마라톤 참가를 하고 오후 비행기로 복귀하기로 했다.


마라톤을 위해서 제주도까지 가다니. 일정이 정해졌으니 이제 마라톤 연습이다.


8월이 막 시작하는 때였기 때문에 포켓몬 마라톤 까지는 2달 정도 남았다. 운 좋게도 내가 참여하고 있는 글쓰기 모임의 회원분의 도움을 받아서 나름의 일정을 짰다. 그렇게 생초보의 마라톤 도전이 시작되었다.


7월 31일(목) 3분 걷고1분 뛰기를 30분 뛰었다.

8월 1일(금) 3분 걷고 1분 30초를 30분 뛰었다.

8월 2일(토) 3분 걷고 2분 뛰기를 30분 뛰었다.

그렇게 뛰는 시간을 차근차근 늘린 결과

대략 2주 후 8월 17(일) 에는 30분을 쭉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달리다니 나에게 운동이란 헬스장에서 유튜브롤 보면서 하는 부가적인 것에 불과하였고 헬스장은 그저 유튜브나 넷플릭스 감상대였는데 내가 어느새 하루에 30분 40분씩 뛰어다니고 있었다.


완주만 해도 기념품으로 메달을 받을 수 있다. 이젠 40분에 6km가량 뛸 수 있기 때문에 완주를 걱정할 단계는 이미 지나갔다. 포켓몬 때문에 마라톤까지 뛰다니 나는 진짜 포켓몬을 좋아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