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무너졌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에도
내 안엔 여전히 살고 싶은 마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었다는 걸.
그 마음은 아주 작고, 미약해서
눈으로 보이지도 않았고
누구에게 설명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음은
내가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상처는 나를 멈추게 했지만,
그 멈춤 속에서도 마음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다시 웃을 날을 기다리고,
다시 사랑할 힘을 준비하면서.
어쩌면 회복이란
새로운 내가 되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다정한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 나를 잊지 않았던 마음,
그 나를 기다려 준 마음이
결국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왔다.
나는 이제 안다.
삶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사랑은 언제나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사랑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그리움도, 미안함도, 두려움도
결국 나를 지켜내려는 마음의 다른 얼굴이었다.
그래서 이젠,
그 어떤 감정도 부끄럽지 않다.
그 모든 감정이 나를 살아있게 했으니까.
이제는 다만
조용히 내 마음의 손을 잡아주고 싶다.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한 다정한 말 한마디처럼,
“괜찮아.
너는 충분히 잘 해왔어.”
그 말로 오늘을 마무리하고 싶다.
그리고 내일,
조금 더 부드러운 얼굴로,
조금 더 따뜻한 마음으로
다시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가고 싶다.
그 마음으로 오늘의 나는,
다시 나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