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빛보다 빠르게 흐를 때

팽창하는 고독, 예고된 이별

by 별을 헤는 블루닷
[​제11화] 침묵이 빛보다 빠르게 흐를 때

팽창하는 고독, 예고된 이별


밤에 읽는 별 이야기[월.수.금] 연재
흩어진 별들의 동화
(어른들을 위한 우주 동화)



​우주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이라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사랑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가장 빠른

것은, 빛조차 앞질러 달려오는 비정한 '침묵'입니다.


​두 별 사이의 거리가 빛의 속도로도 한참을

달려야 할 만큼 벌어지자, 이제 그들의 대화에는

긴 기다림이 끼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목소리... 들리니?"


​작은 별이 보낸 간절한 신호가 큰 별에게

닿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큰 별이 눈물을 흘리며


"응, 여기 있어"라고


답장을 보내도, 그 대답이 다시 작은 별에게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작은 별은 수십 년의 고독을 홀로 견딘 뒤였습니다.



​서로의 '안부'는 더 이상 현재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마주하는 빛은 이미 아주 오래 전의 모습,

즉 '과거의 잔상'일뿐이었습니다.


곁에 있어도 만질 수 없고, 목소리를 높여도

즉시 닿을 수 없는 거리. 그 막막한 틈새로

차가운 침묵이 빛보다 빠르게 차올랐습니다.


​우리는 가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우주적인 고독을 느낍니다.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면, 눈앞의 사람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은하계를 건너듯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대답 없는 메아리를

기다리다 지쳐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 그것은 팽창하는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잔인한 형벌입니다.



​"너는 지금 어떤 시간을 살고 있니? 내가 보는 너는 정말 지금의 너일까?"


​작은 별은 이제 눈앞에 반짝이는 큰 별의 빛이 무서워졌습니다. 저 빛이 사실은 이미 꺼져버린 별이 보내는 마지막 인사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침묵은 안개처럼 우주를 덮었습니다.

이제 두 별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대신,

각자의 어둠 속에서 서로의 빛이 아직 살아있기만을 기도해야 했습니다.


빛조차 무력해진 그 거대한 단절 속에서, 오직

하나 남아있는 것은 서로를 향한 가느다란 믿음뿐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닿지 않는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밤, 고독은 비로소 실체가 됩니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