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마세요"라는 말은 메아리가 되어

팽창하는 고독, 예고된 이별

by 별을 헤는 블루닷
[​제12화] "가지 마세요"라는 말은 메아리가 되어

팽창하는 고독, 예고된 이별


밤에 읽는 별 이야기[월.수.금] 연재
흩어진 별들의 동화
(어른들을 위한 우주 동화)



​별의 수명에 비하면 찰나와도 같은

순간이었지만,

작은 별에게는 영원보다 긴 고통의 시간

이었습니다.


멀어지는 큰 별의 뒷모습을 보며

작은 별은 생애 가장 뜨거운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발, 가지 마세요. 나를 혼자 두지 마세요!"


​하지만 우주는 진공의 바다입니다.

공기가 없는 곳에서 목소리는 날개를 잃고 추락합니다.


작은 별이 토해낸 비명은 파동이 되지 못한 채

입술 끝에서 부서졌고, 오직 타들어 가는 빛의 떨림만이

그 절규를 대신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손바닥에 닿는 것은 따스한 온기가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빈 공간뿐이었습니다.


"가지 마세요"라는 말은 우주의 팽창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닿아야 할 좌표를 잃고 미로처럼 엉킨 어둠 속을 헤매는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때로 전해지지 않는 진심 앞에 무너집니다.


"미안해", "고마워", "가지 마"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미 벌어져 버린 오해의 틈이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의 벽에 막혀

목소리가 목구멍 안으로 타 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전해지지 못한 채 내 안에서 썩어가는 고백들입니다.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내 몸이 부서지는 소리라도 들어줘."


​작은 별은 이제 목소리 대신 자신의 질량을 태워 빛을 쏘아 올렸습니다.

비명이 닿지 않는다면 스스로 불꽃이 되어

당신의 하늘에 새겨지겠다는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정한 공간은 그 비명 같은 빛조차 길게 늘어뜨려

희미한 붉은색으로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를 과학자들은 '적색 편이'라 부르지만, 별들에게는 '피 흘리는 고백'이었습니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끝내 전하지 못한 그 한마디는, 이제 우주 먼 곳 어딘가에서 정처 없이 떠도는 슬픈 별자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암흑 에너지가 삼켜버린 우리의 온기. 이제 남은 것은 차가운 침묵뿐입니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