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에너지가 앗아간 온기

팽창하는 고독, 예고된 이별

by 별을 헤는 블루닷
[​제13화] 암흑 에너지가 앗아간 온기

팽창하는 고독, 예고된 이별


밤에 읽는 별 이야기 [월.수.금] 연재
흩어진 별들의 동화
(어른들을 위한 우주 동화)



​우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든 것을

밀어내고 갈라놓는 차가운 유령 같은 힘이 존재합니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암흑 에너지'라

부르지만, 두 별에게 그것은 서로를 영원히 고립시키려는 우주의 비정한 의지였습니다.


​"분명히 저기 있는데... 왜 더 이상 따스하지 않을까?"

​큰 별이 허공을 더듬으며 읊조렸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손에 잡힐 듯 선명했던 작은 별의 빛이, 이제는 암흑 에너지라는 거대한 장막에 가로막혀 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암흑 에너지는 두 별 사이의 공간을 끊임없이 복제해 냈습니다.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는

공허가 그들 사이를 메웠고, 그 틈으로 그들이 나누던 마지막 온기마저 빠르게 식어갔습니다.

​이 힘은 소리도 형체도 없습니다.

그저 아주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고

소중한 이와의 거리를 벌려놓을 뿐입니다.


​우리네 삶에도 이런 암흑 에너지가 존재합니다.


열정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생계의 무게,

각자의 길을 가야만 하는 운명의 갈림길,

그리고 서로의 언어가 더 이상 닿지 않게 만드는 오해의 벽들.


우리는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믿지만,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암흑 에너지는

우리를 서로 다른 은하계로 밀어내곤 합니다.

​"우주가 우리를 밀어낸다면, 나는 나의 온몸을 녹여서라도 그 벽을 뚫고 갈 거야."


​큰 별은 결심했습니다.

차가운 암흑이 온기를 앗아갈수록,

그는 자신 안에 숨겨둔 마지막 연료까지 모두 끌어모았습니다.


온도가 낮아지는 우주에 대항해 자신의 핵을 더 격렬하게 태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은 별로서의 생명을 단축하는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이의 온기를 잃고 우주의

미아가 되느니, 차라리 가장 뜨겁게 타오르다

재가 되는 편이 낫다고 그는 믿었습니다.


​암흑 에너지가 만들어낸 거대한 고립의 바다 위에서, 이제 두 별은 자신들의 전 존재를 건 위험한 도박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이야기....,


"중력조차 닿지 않는 어둠이 감옥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힘을 모읍니다."

월, 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