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도 잠깐 말했지만 ‘정악'은 간단하게 궁중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고 ‘산조'는 민속음악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정악부터 배웠는데요. 이 정악은 음을 길게 끌고 대부분 느린 곡이라 솔직히 재미가 있지는 않습니다. 곡의 분위기들이 엄숙하고 차분하고 웅장한 느낌인 반면 산조는 느린 곡도 있지만 대부분 리듬을 타거나 흥을 돋울 수 있는 곡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산조를 훨씬 많이 좋아했어요. 그냥 노래를 들을 때도 발라드 같은 느린 곡보다 흥이 나는, 신나는 곡들이 더 제 취향이거든요.
제 생각에 정악과 산조의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는 ‘*농현'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농현’은 서양음악으로 치자면 ‘바이브레이션'입니다. 떠는음을 말하는 거예요. 정악에서는 떠는음이 들릴 듯 말 듯 합니다. 음을 떤다고 해도 그 폭이 크지 않아요. 절제해야 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산조에서는 폭을 엄청 크게 떨어요. 그래서 정악이 산조를 바라보기에는 조금 경박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산조는 판소리에서 따온 것이니, 판소리의 떠는음들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농현 = 농음 = 떠는음
정악 레슨만 받던 초반에는 산조를 연습하는 친구들이 부러웠습니다. 제 귀에 정악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아서 멋있어 보이지 않았거든요. 반면에 산조는 몸과 팔이 크게 움직이고 역동적인 음악을 연주하니 비교가 되면서 훨씬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빨리 산조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편식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산조를 배우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시 제 악기도 없어서 선생님의 옛날 악기들을 빌려서 연습했었고 정악으로 기본기를 다지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산조를 빨리 알려주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산조를 배울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정말 애가 탔던 것 같아요. 산조를 빨리 배우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산조를 배우게 됩니다. 그때 산조도 제 악기가 없어서 선생님의 옛날 악기로 배웠는데 처음에는 소리가 나지 않았어요. 그 악기가 오래되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산조 악기는 정악 악기 보다 취구(입을 대고 바람을 부는 구멍입니다.)가 훨씬 크거든요. 산조가 밀어내는 음도 있고 세게 꺾기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음들을 표현하기 위해 취구가 넓습니다. 근데 그러면 소리 내기가 조금 더 힘들어요. 그래서 산조의 첫 레슨 때는 소리가 잘 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제 기억에 혼동이 있는데요… 진양을 먼저 배웠는지, 중모리를 먼지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중모리를 먼저 배웠던 것으로 기억을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진양을 먼저 한 것 같기도 하고요. 10년째가 되니까 제일 좋아하던 산조를 처음에 어떻게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산조를 처음 배웠을 때의 그 기쁨은 잊지 못합니다. 나도 드디어 멋있는 걸 연주할 수 있다는 그 마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래서 한참 농현을 연습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이 농현은 잘못 습관이 베어버리면 엄청 고생하거든요. 어떤 사람들은 머리를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고, 손목이나 팔을 움직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른손으로 악기를 미는 사람도 봤어요. 저는 주로 팔을 움직이는 쪽이었고 굵은 농음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산조에는 굵은 농음뿐만 아니라 얇은 농음도 있는데요. 이때의 저는 일단 정악보다는 농음의 폭이 커서 무조건 굵게 농음을 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본청은 얇게 떨어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농음을 고치는데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꺾는음을 참 못했습니다. 특히 ‘황’을 진짜 못 꺾었어요. 아직도 1시간 내내 ‘황'만 꺾었던 그 끔찍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이 ‘황'은 대학에 와서도 지적을 받았어요. 나중에 제가 입김으로 조절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10년을 가까이 이렇게 연주해 온 제가 그 습관을 바꾼다는 것이 정말 힘들더라고요. 어차피 악기 계속하지도 않을 거. 막판에는 솔직히 교수님 말 안 듣고 제가 연주하고 싶은데로 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해요 교수님.
그래도 산조는 참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산조는 조금 연습해놓고 싶어요. 긴산조를 다 외워버리고 싶은 마음이 있긴 있습니다.(긴산조는 다 하면 아마 1시간 정도 될 겁니다. 뒤에 설명드릴게요.) 지금 악기에 손도 대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그런 마음은 아직 있어요. 그만큼 제가 참 좋아했습니다. 국악 중에서 제일 멋있는 음악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솔직히 정악보다 산조를 훨씬 더 많이 연습했습니다. 정악보다 산조가 3배는 더 재밌거든요. 이러한 사실을 선생님들은 모르셨겠지만….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산조가 더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정악보다는 산조에서 실력이 판가름 난다고 해요.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대회에서 산조를 연주합니다. 큰 대회는 정악(또는 신곡), 산조 둘 다 하긴 하지만요.
정말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대금 산조의 경우 ‘진양-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뒤에 ‘엇모리’와 ‘동살풀이’라는 곡도 있지만 잘 연주하지는 않아요. 대부분 이 진양,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를 연주합니다. 진양은 제일 느린 곡으로 산조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곡이에요. 어려운 곡이기 때문에 진양 첫 줄만 들어도 실력을 알 수 있다고 할 정도죠. 그리고 중모리부터 점점 빨라져서 자진모리까지 갑니다. 이렇게 처음에 느린 곡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빨라지는 형식을 ‘한배형식'이라고 해요.
+이 산조의 곡 구성은 악기마다 조금씩 달라요. 가야금산조에는 휘모리가 있고 해금산조 중에서는 굿거리도 있습니다.
산조는 긴산조와 짧은 산조로 나뉘기도 합니다. 긴산조는 말 그대로 긴 산조예요. 원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긴산조는 류파에 따라서, 그리고 악기에 따라 다른데 모두 연주하면 1~2시간 정도 됩니다. 그래서 이것을 짧게 만든 것이 바로 짧은 산조! 각 장단에 하이라트 부분들을 모아서 짧게 연주하는 것이 바로 짧은 산조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짧은 산조를 많이 연주해요. 10~15분 정도로 아주 간단하거든요. 긴산조는 독주회 할 때 연주하곤 합니다.
산조에서 또 중요한 것은 ‘류파'입니다. 윗 단에서 제가 잠깐 언급을 했는데요. 이 류파가 무엇이냐 하면요. 바로 ‘스타일'입니다. 각자만의 스타일을 류파라고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산조가락을 만들어서 제 스타일대로 연주하면 그것은 ‘노수연류 대금산조'가 되는 거예요. 대금에는 대표적으로 ‘서용석류’, ‘이생강류’, ‘원장현류’, ‘한범수류’ 등이 있습니다. 서용석, 이생강, 원장현 모두 선생님들의 성함이에요. 서용석류는 강단 있고 호흡이 짧은, 남성적인 류파인 반면 이생강류는 예쁘게 연주해야 한다고들 말해요. 똑같이 대금산조 이기는 하지만 가락도, 호흡도, 분위기도 정말 달라요. 저는 서용석류만 배웠는데 요즘에는 다들 류파를 2개 이상씩 배우더라고요.
+이 류파도 유행을 탑니다. 대금은 서용석류가 열풍이 불었다가 제가 생각하기에 요새는 원장현류를 많이 찾는 것 같아요. 특히 이 류파 유행은 가야금이 심합니다. 제가 고등학교 때는 최옥삼류가 최고의 인기였다가 지금은 다시 김죽파류를 많이 타더라고요. (저 대학교 입시 할 때 가야금 류파를 보고 뽑네, 안 뽑네 하는 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막판에 류파를 바꾸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제 최애 장단(곡)은 자진모리입니다. 제일 흥이 나고 화려하거든요. 특히 뒷부분은 숨 가쁘게 달리는 부분이 있는데 연주를 끝마치고 나면 약간의 희열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예전에 제가 연주했던 산조를 들어봤는데요… 정말 못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쨌든, 오늘은 여기까지! 산조에 대해서 알아보는 글이었네요. 다음에는 인문계중학교에서 국악고등학교를 갔던 과정에 대해서 말해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예전에 달달 외웠던 음악사에 대해서 한 가지 말하자면 산조는 가야금의 '김창조' 선생님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다른 악기들도 산조가 만들어진 거에요. 이 내용을 너무 많이 듣고 외워서 여기서라도 써 먹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금산조 영상을 걸어두겠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있으셨던 선배님인데요...아마 저를 모르실 겁니다.(ㅋㅋㅋㅋㅋㅋ) 고등학교 때부터 악기 잘 하신다고 소문이 엄청 나셨죠. 지금도 국악계에서는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거라고 생각해요. 오랜만에 다시 들어봤는데 역시 너무 잘하시네요....부럽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감상해보세요! 차루빈 연주자입니다!
https://youtu.be/0eoZ186G2PM?si=fK2fX4z428bdtez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