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땡! 짝짝짝~

첫 무대 그리고 청성곡

by 노수연

첫 공연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했던 공연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때가 초등학교 5~6학년이었는데 아직도 생생히 나는 것 보면 충격이 꽤 컸나 봅니다. (어디 공연장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긴 하지만요.) 제가 인천 청소년 구름 국악관현악단의 1기였는데 다들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리허설 때 꽤 허둥지둥하고 정신이 없었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들끼리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긴장할 만도 한데 저는 긴장을 하나도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생각해 보니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공연을 더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이 첫 공연이 기억이 나는 이유를 말해보겠습니다. 이제는 다시는 느낄 수 없는, 무대에서의 감정을 이때 처음 배우게 되었습니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는 엄청 조용해지는데 이때 처음으로 공기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무대에 올라와있는 사람들, 무대를 보는 사람들, 무대 양쪽(상수, 하수)의 스태프들이 이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느껴졌습니다. 숨소리도 잘못내면 안 될 것 같은 그 무거운 분위기가 제게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에 ‘몰입한다.’는 느낌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집중이구나.’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요? 국악관현악은 모든 악기가 계속해서 연주하는 것이 아니고 중간중간 쉬는 구간이 있습니다. (전통음악에서는 쉬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그럴 때마다 다른 악기의 선율에 집중하고 다시 음악에 합류하는 타이밍을 생각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 (가끔은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마저, 객석에 사람들이 있다는 것 마저 까먹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악기가 메인 선율을 연주하면 (하이라이트라고나 할까요?) 그것만큼 소름 돋는 것이 없습니다.


또 음악이 끝을 향해 갈 때 점점 빨라지거나 느려지면서 같은 음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부분에서는 머리로 박자를 세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과 몸이 동기화가 되어서 나도 모르게 그 음을 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 연주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음을 연주하고 나면 모두가 얼음이 됩니다. 마치 얼음땡 놀이를 하는 것처럼 그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이 멈춥니다. 노래는 끝났지만 악기는 내리지 않아요. 말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하면 그제야 ‘땡’이 됩니다. 저는 음악이 끝나고 박수를 받기 직전까지의 그 고요함도 사랑합니다. 박수를 받기 직전까지의 그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박수를 받기 전까지는 숨을 쉴 수가 없어요. 박수를 받고 나서야 ‘휴'할 수 있습니다. 속으로 ‘이제 빨리 박수를 쳐라.’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 박수가 예상이 되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니 ‘무대’ 자체의 첫 번째 기억이 이 공연인 것 같아요. 이 공연 이전에 본 무대, 공연의 기억이 없습니다. 이 무대가 그만큼 강렬했나 봐요. 저에게는 아주 벅차고 아름다운 기억입니다. 왜 공연을 하는지, 왜 공연을 보는지 이해가 되었던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무대를 통해서 음악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 사진은 아마 부모님들께 처음 들려드린 날 찍은 것 같습니다.



청성곡

그 후로 많은 공연을 굉장히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힘들었던 기억은 없습니다. 마지막에 박수를 받으면 마냥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저는 이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에 소속된 지 1년이 되었고 정기연주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부에 관현악 공연을 하고 2부를 보았습니다. 2부는 저보다 대금을 오래 배운 한 언니의 독주와 선생님들로 구성된 무대였습니다. 선생님들의 무대와 곡이 아직도 기억날 만큼 정말 좋았지만 저에게 제일 충격이었던 것은 언니의 독주였습니다. 그 언니는 대금 곡 중에서도 어려운 ‘*청성곡'을 연주했습니다. 청성곡은 대금의 높은 음역대를 연주하는 곡으로 ‘청소리'가 매력적으로 들리는 곡입니다. 저는 그 무대를 보자마자 꼭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으로 대금을 전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저는 관현악이나 정악합주, 산조합주처럼 여러 명이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는데요. 이때 처음 들었던 ‘독주'에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곡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혼자 연주하는 것이 대단해 보였어요. 청성곡은 지금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금 독주곡이랍니다. TV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도 자주 나와요.


*청성곡 : 대금의 제일 대표적인 독주곡 중 하나입니다. 가곡의 태평가를 변주한 곡으로 ‘청성’(높은음이라는 뜻입니다.) 음역대로 연주하기 때문에 청성곡이라 지어졌습니다.


청성곡 영상 링크를 첨부해 둘게요! 국립국악원의 박장원 연주자이십니다!

https://youtu.be/q_H--ZN6OnQ?si=1KApr0lrOwgVizpN


다음 편은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시기랍니다! 다음주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