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가 아니라고요?

청소년국악관현악단 그리고 첫 대나무 대금

by 노수연

오디션

마침 대금을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실 관현악이 정확히 뭔지도 몰랐지만 연주를 할 수 있다면 그저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로 오디션을 보게 되었고 간단한 면접도 봤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아리랑을 연주했었는데 그때가 제일 떨지 않았던 시험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긴장했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시험은 그때당시 G타워라고 불리던 건물(나름 송도에서 유명한 건물입니다. 지금은 무슨 이름인지 모르겠네요.)에서 했는데 그곳의 구조까지 기억이 납니다.


*국악관현악은 서양의 오케스트라의 형식을 따 온 것입니다. 그래서 악보도 전통 악보인 *정간보를 보지 않고 오선보로 봅니다. 사실 국악은 화음을 쌓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 아닙니다. 그래서 전통곡(영산회상, 천년만세, 수제천 등)들을 들어보면 대부분 피리 선율을 따라 대금과 해금이 잔가락으로 꾸미고 현악기들이 박자를 맞추는 듯한 음악처럼 들립니다. 서양음악처럼 화음을 쌓는 형식이 전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서양음악(클래식이라고 해야 할까요?)의 형식, 특징들을 국악기에 적용시킨 것이 바로 국악관현악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국악관현악을 할 때는 전통음악을 연주할 때 보다도 더 정교한 음정을 요구합니다. 피리, 대금, 가야금의 경우 관현악을 할 때만 사용하는 악기가 따로 있을 정도지요.


+서양에서는 440Hz가 표준음입니다. 그런데 국악은 딱히 정해진 표준음이 없습니다. 연주하는 날 대금이나 피리가 기준음을 불면 현악기(가야금, 거문고)들이 그 음에 따라 조율을 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요즘에는 국악기가 표준음보다 아주 약간 높게(미분음의 영역입니다.) 제작되기 때문에 450Hz까지도 연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악관현악단의 경우 최대한 이 표준음에 맞추기 위해 442Hz~445Hz로 맞추곤 합니다. 그래서 관현악 전용 악기가 따로 개발되었죠. 도저히 기존의 악기로 음을 낮추어서 정확한 음정으로 연주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금의 경우 관현악 전용 악기는 플루트처럼 키가 달려있죠.(물론 청소년국악관현악단처럼 취미생이 있는 곳은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연주하지는 않아요. 그냥 이런 지식을 알고 있는 게 아까워서 여기에 써 봅니다...)


*정간보 : 혹시나 정간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설명해 드립니다. 정간보는 세종대왕이 만드신 유량악보로 우물 정자를 활용해서 만든 악보입니다. 이 정간보에 12 율명(여러분이 생각하시는 한자입니다. 간단하게 국악의 계이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실 겁니다.)을 넣어서 악보를 읽습니다.


이 악보가 바로 '정간보'입니다. 확실하게 말하면 '네모난 칸들만' 정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간보 안에 12 율명(한자)들을 넣어서 박자를 알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이 악보는'상영산풀이'라는 곡입니다. (저작권에 안 걸리길 바라며,,,)


오선보는 이런 악보를 말하죠! 정말 달라서 신기하지 않나요?이 악보는 김만석 작곡가님의 '달의환상'이라는 곡입니다. 제가 대학교 마지막 정기연주회 때 연주한 곡이죠.



인천 청소년 구름 국악관현악단

그렇게 저는 이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의 창단멤버가 되었습니다. 그 관현악단에서 대금파트를 담당하시는 새로운 선생님을 알게 되었고 그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피아노를 치긴 했지만 사실 박자의 개념과 음악이론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외우기만 했었습니다. 이때부터 정확히 음계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악보의 음정만 볼 줄 알았고 박자의 경우에는 감으로 외워서 피아노를 친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까지 대금을 정간보를 보고 연주했던 제가 오선보로 본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내가 상대음감?

정악대금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Eb(미 b, 황종)이 주음인 악기입니다.(정확한 설명은 아닙니다. 국악이론 선생님이 이것을 보신다면 혼내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면 그냥 그런 악기구나 생각해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황'에서 한 음씩 올라가면 미플랫, 파, 솔, 라플랫, 시플랫이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주하면 상대음감은 마치 도레미파솔로 들립니다. 저는 제가 처음에 상대음감인지 모르고 황(Eb)이 ‘도'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대금으로 도레미파솔을 어떻게 연주하는지 아냐고 물어봤을 때, 아는 척을 하고 싶어서 당당하게 황부터 연주했습니다.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수연이는 상대음감이구나! 그게 ‘도’로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 ‘도’가 아니야 처음부터 다시 해볼까?” 이때 제가 상대음감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이 에피소드가 기억이 나는 걸 보면 굉장히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이게 도레미파솔이 아니라니! 나는 그렇게 들리는데.



배웠던 곡들

관현악단에 들어가게 되면서 다양한 곡들을 배웠습니다. 제일 대표적인 곡들을 배웠죠. 국악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축제’, ‘방황’, ‘아름다운 나라’, ‘타’, 비틀즈 메들리 등을 연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단조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축제보다는 방황, 타 같은 약간은 어둡거나 비장하고 웅장한 느낌의 곡들을 좋아했습니다. 아직도 악보가 있는데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정말 재밌게 연주했었는데.



전율

사실 처음에는 제가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익히는 것이 재밌어서 연주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관현악을 하면서 진정으로 대금을, 아니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파트가 연습을 하고 모여서 첫 합주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대금파트만 듣는 것이 아닌, 각자의 파트가 합쳐진 음악을 듣게 되었을 때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렇게 음악이 완성되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이 만드는 음악이 멋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혼자 하거나 대금파트만 들었을 때는 소리도 작고 도대체 무슨 음악을 하는 건가 싶지만 합주를 하게 되면 그 음악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쩔 때는 해금이 주 선율을 가져가고 피리가 가져갔다가, 대금이 가져갔다가, 마지막에는 한 선율을 다 같이 연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끝나는 순간 고요해지는데 그 순간이 너무 짜릿했습니다. 온몸이 찌릿찌릿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합주가 재미없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각자의 다른 음색을 가진 악기들이 한 음악을 연주하는 일은 대단한 것입니다. 합주를 한다는 것은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멋있는 일입니다. 저는 그렇게 음악과 대금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첫 대나무 대금

마침 처음에 대금을 알려주셨던, 청소년 국악관현악단을 만드신 선생님의 남편분이 악기를 제작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제가 부모님께 대금을 사달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 성격상 말은 못 해도 계속 티가 났을 겁니다. 결국 저는 첫 대나무 대금(제 기억엔 100만 원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을 가지게 되었고 받자마자 신나서 한참을 연주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금의 머리 쪽이 굉장히 긴 대금이었습니다. 나중에 대금을 정식으로 배우게 되었을 때 다른 선생님께 배우게 되었는데 굉장히 놀랬다고 합니다. 후에 친해지고 나서야 말씀해 주셨는데 세상에 그렇게 머리 부분이 긴 대금은 처음 봤다고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저는 원래 대금이 다 그렇게 생긴 줄 알았습니다. 그 대금이 조금 특별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죠. 그래도 저는 그 대금이 아직도 좋습니다. 플라스틱 악기만 연주하다가 진짜 악기를 연주한다는 그 마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대나무 소금

대나무 대금을 먼저 샀는지, 대나무 소금을 먼저 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 대나무 소금도 엄청 갖고 싶어 했고 크리스마스 소원으로 빌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다른 친구들은 장난감을 말할 때 저는 악기를 선택한 것입니다. 나중에도 말하겠지만 이 정도의 열정과 마음은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관현악단의 대금 선생님이 이 대나무 소금 이야기를 듣고 부모님께 적극적으로 어필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나무 소금을 원한다는 것이 흔치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때만큼은 저만큼 이 대금, 소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악기를 사랑했고, 참 순수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샀던 첫 번째 대나무 대금입니다. 아쉽게도 집을 모조리 찾아봤지만 대나무 소금을 찾지 못했어요.. 연주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이제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제야 알게 된 대금을 향한 마음

사실 저는 제가 대금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몰랐습니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조금 늦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면 그냥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들께 칭찬을 듣는 것이 좋아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것을 좋아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대나무 악기를 연주하게 되면서 내가 대금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스스로 알게 된 것이 아닙니다. 어른들이 진짜 대나무 악기를 샀냐고 하시면서 대금을 좋아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셨습니다. 대충 “너 대금을 진짜 좋아하는구나?” 이런 식의 뉘앙스였습니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대금을 좋아하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참고로 썸네일은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이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 1학년때 2~3학년 선배들이 연주하고 있던 것을 찍은 겁니다! 오해하지 마시길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