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금을 시작하게 된 이유요?

별거 없습니다..

by 노수연

초등학교? 학년

국악의 시작은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일단 저는 이 시기에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태권도(태권도를 제일 좋아해서 어렸을 적 꿈이 태권도 관장님이었습니다.), 피아노(콩쿠르에서 입상을 딱 한 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이 피아노학원에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잘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궁금하네요.), 벨리댄스(배를 내놓고 찍었던 조금 수치스러운 사진이 남아있습니다.) 발레(어렸을 때는 유연성이 좋아서 다리 찢기를 잘했습니다. 지금은 전혀 못하지만.), 바이올린(계이름만 배우고 끝나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습니다.) 등 생각해 보니 부모님이 이것저것 많이 시키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난타'를 배웠습니다. 정확히 몇 학년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5~6학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난타는 학교에서 같은 반 학부모님들의 추진으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애들이 다 같이 난타 배운다는데 너도 할래?”라는 말에 아무 생각 없이 좋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난타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좋다고 한 것 같습니다.



난타 그리고 단소, 소금

난타를 배우면서 공연도 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했던 공연이 기억납니다. 싸이의 챔피언 노래를 1.5 배속해서 했었는데…)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난타 선생님이 단소와 소금도 알려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단소, 소금 수행평가를 본다는 이유로 배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마침 난타 선생님의 진짜 전공은 대금이었으니 배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단소, 소금은 대금을 부는 원리와 같아서 대금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연주합니다.)


이 단소와 소금은 솔직히 어른들도 소리를 내기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한 학기 내내 연습해도 소리를 명확하게 내지 못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친구들보다도 소리를 빠르게, 안정적으로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지와 음계도 다른 친구들보다는 빠르게 익혔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제가 남들보다 잘한다는 생각에 더 재밌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금을 연주하게 되었을 때는 이것저것 아는 노래들을 연주할 수 있게 되니 너무 재밌었습니다. 특히 제가 아는 동요나 노래들을 악보 없이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스스로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줄 알았죠.


집을 뒤져보니 난타를 했던 체가 아직도 남아 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보니까 좀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에서 왼쪽이 단소, 오른쪽이 소금입니다. 피리사 제품을 홍보하려는 건 아닌데 당시 선생님께서 모두 피리사에서 구매하셔 가지고 어쩌다 보니 플라스틱 대금, 단소, 소금을 다 피리사 제품으로 사용하게 되었네요.



드디어 대금 시작

부모님은 시간약속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이셔서 항상 수업 시간보다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러면 항상 난타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대금을 가르치고 계셨고 저는 매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소금과 똑같이 생긴 대금도 연주해보고 싶어 졌고 부모님께 배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제 대금 인생은 시작된 것이죠.


*소금의 ‘소'는 ‘작을 소’이고 대금의 ‘대'는 ‘큰 대’입니다. 소금의 큰 버전이 대금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가끔 사람들이 그럼 중금도 있냐고 물어보는데 진짜 있습니다. 지금은 중금의 음계를 쓰지 않아서 연주를 안 하는 것뿐입니다.



플라스틱 대금


최대한 제 사진으로만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집에서 플라스틱 대금을 못 찾겠어요. 아마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제 대금의 첫 시작은 플라스틱 대금이었습니다. *정악대금이었고 *청공에서는 테이프를 붙였습니다. 대금은 소금보다 취구(바람을 부는, 입술을 대는 구멍)가 훨씬 크기 때문에 소금보다는 소리를 내는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금방 소리는 잘 났고 ‘대금 명곡 500곡’ 악보를 사서 하나씩 배웠습니다. 소금보다도 넓은 음역대를 쓸 수 있는 것에 재밌어했습니다. 이 플라스틱 대금도 작은 것은 아니었는데 그때 어떻게 지공(손가락으로 막는 구멍으로 음정을 결정합니다.)들을 막았는지 궁금합니다. 대금은 어른이어도 손가락이 짧으면 연주할 수 없습니다. 약간은 신체적으로 선택받아야 대금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정악악기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궁중에서 연주되는 악기입니다. 서민들이 연주하던 악기가 산조악기입니다. 그냥 조금 긴 악기가 정악 대금이고 조금 짧은 악기가 산조 대금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리고 끝에 구멍(*칠성공)이 2개면 정악, 1개면 산조로 구분하면 조금 쉬워요.


*칠성공 : 읽으실 분만 읽으세요. 딱히 중요하진 않습니다만 대금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적습니다. 칠성공은 악기의 음정을 조절하기 위해 끝부분에 뚫려있는 막지 않는 구멍입니다. 정악과 산조는 음계가 아예 달라요. 그래서 칠성공의 개수가 다른 것이지요.



*대금에서는 ‘청'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갈대(여러분이 아는 그 갈대 맞습니다.)를 칼로 베면 그 속에 얇은 막이 나오는데 그것을 말려서 ‘청'을 만듭니다.(청 만드는 방법은 패스하겠습니다.) 대금에는 청을 붙이는 구멍인 ‘청공'이 있고 그곳에 청을 붙이면 대금의 소리가 완성이 됩니다. 이 청공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는다면 지공을 막는다고 해도 같은 음만 납니다. 초보자들은 보통 이 청공에 테이프를 붙이는데 그러면 되게 둔탁한 소리가 나게 됩니다. 대금의 소리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청소리가 잘 나지 않으면 전공자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심지어 붙이는 것도 어렵고 온도, 습도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은 청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대금 연주자를 화나게 하고 싶다면 청을 뚫어버리면 됩니다. 그럼 쌍욕을 들을지도 몰라요. 특히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더 심할 겁니다.


+청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요새는 청을 만드는 사람이 엄청 줄었고 좋은 청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중학생 때만 해도 한 꼭지(10줄)에 만원이었는데 지금은 삼만 원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1년에 딱 한 시기에만 구할 수 있다 보니 청을 많이 쓰는 사람들은 한 번에 많이 사서 챙겨 놓기도 합니다.(제가 그랬습니다. 한 번에 5 꼭지도 샀었죠. 아직도 고등학생 때 샀던 청이 남아있고 지금도 씁니다.) 이것도 기후에 따라서 어떤 해는 좋은 청이 많이 나오고 어떤 해는 쓸 수 있는 청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좋을 때 많이 사놔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쉽게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리만 잘하면 3~4년까지는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7~8년이 된 청도 썼는데 문제가 없었습니다.


청은 이렇게 얇은 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다란 청을 아래 사진처럼 네모나게 오린 후,



이렇게 청공에 붙이면 됩니다! 그러면 청이 진동을 하면서 소리가 나게 되는 원리랍니다. 아참 청은 너무 얇아서 여기에만 청을 보호해주는 뚜껑이 있어요. 전공자들은 청뚜껑이라고 부릅니다. 이 청 뚜껑의 끈의 색을 통해서 개성을 표현하기도 한다지요.


청을 어떻게 붙이냐고요? 요새는 물풀로 붙이는데 옛날에는 '아교'를 사용해서 붙였다고 합니다. 저도 옛날에 한 번 산 적이 있어서 사진을 올려볼게요.

이렇게 생긴 아교를 물에 불리면 끈적해지더라고요! 그렇게 청을 붙이는데 진짜 붙이기 너무 힘들고 귀찮고 짜증 납니다. 어쩔 때는 하루 종일 붙일 때도 있어요.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