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장미, 까마중, 참꽃마리 위로 비가 내렸어.
참꽃마리는 색깔주머니를 열어 놓고
빗방울들을 불렀어.
빗방울들은 색깔 하나씩 집어 들고
예쁜 선물이라며 즐거워했어.
참꽃마리는 꽃잎에 있는 파랑까지 나눠주었어.
색깔을 다 주고 나니 비가 그쳤어.
참꽃마리 위에 고운 오색 무지개가 생겼어.
참꽃마리는 정말 다 내보낸 거야.
그런데 이상한 일이야.
참꽃마리는 여전히 파랗게 빛나고 있었어.
새로운 파랑이었어.
새로운 파랑은 하늘에서 내려온 게 아니었어.
새로운 파랑은 참꽃마리 속에서 생겨나고 있었어.
참꽃마리 속, 사랑이 있는 곳에서.
맞아, 참꽃마리는 늘 사랑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픔을 품고도 괴롭지 않았고
몽땅 다 내주고도 슬프지 않았고
하늘을 사랑해서 하늘을 닮아갔고
스스로 파란 빛을 낼 수 있게 되었지.
참꽃마리는 여전히 행복했어.
밖으로 뛰어나가 무지개가 된 색깔들은
혼자서만 볼 때 보다 아름다웠고
마르지 않는 샘물같은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 빛을 데려다 주었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