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간호복을 반납하던 날

보이기 시작한 병동의 그림자

by 새봄

프롤로그: 꿈꾸던 간호사의 시작

간호대학 시절, 나는 환자 곁에서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동료와 웃으며 협력하는 간호사를 꿈꿨다. 요양병원 실습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의 격려와 라포 형성을 배우며, 이 길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졌다.

라포와 열정, 그리고 첫 적응기

대학병원에 입사하자, 프리셉터와 선배들과의 관계도 원만했다. 궁금한 것은 바로 물어보고, 환자와도 어렵지 않게 라포를 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비교와 소문, 그리고 병동 문화의 벽

입사 시기가 비슷한 동기들의 업무 속도와 실수를 공개적으로 비교하는 분위기. '태움'이라 불리는 문화는 기사나 글에서만 보던 것이었지만,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누군가의 눈물이 약 준비실에서 터졌고, 그 뒤로는 내 병원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무너졌다.


'막내잡'이라는 이름의 업무

업무 외의 모든 허드렛일이 막내 몫이었다. 티타임 설거지, 야식 심부름, 해피콜, 물품 카운트… 환자 케어를 배우기도 벅찬 시기에, 이유 없이 부여된 '막내잡'은 숨이 막혔다.


작은 말이 남긴 깊은 상처

채혈을 하러 나가려던 순간 들은 "쟤 랩 할 줄 알아?"라는 말, 프리셉터의 "몰라, 걍 시켜"라는 대답. 돌아왔을 때의 어색한 침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면담과 장기오프, 그리고 번아웃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건 '장기오프'였다. 며칠간의 쉼은 머리 염색과 쇼핑으로 이어졌지만, 복귀하자마자 '퇴사 소문'이 나돌았다. 그 이후로는 선배들 간의 뒷담화, 이상한 분위기, 대놓고 비교하는 시선이 나를 지치게 했다.


퇴사를 결심하기까지의 시간

환자 처치 중 알콜솜을 부탁했더니 돌아온 건 "선배한테 뭐 달라고 시켜?"라는 질책이었다. 더는 버틸 힘이 없어 다시 면담을 요청했지만, 팀장님은 "다 그런 거야"라며 붙잡았다.


마지막 대화, 그리고 퇴사서

결국 퇴사 이유를 적으려 하자 "적응 어려움이라고만 쓰라"는 지시를 받았다. 가슴 한구석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유니폼과 명찰을 반납하며, 쌓인 퇴사서 뭉치를 보았다.


퇴사 후 남은 마음의 무게

집에 돌아와 울었다. 앞으로 무엇으로 돈을 벌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는 간호사의 꿈을 버린 게 아니라, 내 마음을 짓누른 병동 문화를 내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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