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일간의 입원, 이해할 수 없던 순간들

-답답하고도 낯선 병원 이야기




일주일 전, 남편이 왼쪽 눈 아래쪽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병원에서 CT를 찍고 하루를 기다린 뒤, 의사는 “눈 아래쪽 신경이 부어서 그렇다”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위해 4일간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의료 수준이 한국만 못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지인을 통해 한국의 안과 전문의에게 상황을 문의하니,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길로 남편은 당일 오후 5시에 급히 입원했다.




낯선 의료 환경에서의 답답함

한국 간호사들은 링거를 놓을 때도 거의 통증이 없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맞은 링거는 느낌부터 다르다.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끝까지 ‘포 뜨듯이’ 아팠다. 남편은 참고 맞았지만, 나는 보는 내내 불편하고 불안했다.

더 답답한 건 그 이후였다. 손등에 바늘을 꽂아놓고 6시간마다 약을 주입하는데, 심장보다 손을 낮추면 안 된다며 손을 계속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깨에 멜 수 있는 끈이나 받침대라도 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아무런 장치 없이 ‘그냥 손을 올리고 있으라’는 말뿐이었다.


결국 손등이 부어 팔꿈치 안쪽으로 바늘을 옮겨 꽂았지만, 팔이 접히지 않게 받쳐줄 장치조차 없어 또 우리가 직접 요청해 작은 부목을 대고 붕대로 고정해야 했다.


또 하나는, 병원에서 가운 같은 병원복만 제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입원 환자들은 개인 평상복을 따로 가져와 입는다는 점이다.





병원의 ‘규칙’이라는 벽

가장 납득하기 힘든 건 휠체어였다. 남편은 눈이 불편할 뿐, 걷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남편 스스로 도보 이동 요청도 해봤지만 매일 안과 진료실로 갈 때마다 간호사는 휠체어를 타야 한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입원한 모든 환자는 꼭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병원 방침이라며 걸어가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결국 2층 병실에서 1층 진료실까지, 고작 2분이면 걸을 거리를 휠체어를 타고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오르막과 내리막을 오가야 했다.


‘왜 이렇게 비효율적일까’ 하는 생각에 속이 터졌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몸에 배어서일까, 그저 답답다.


인도네시아의 모든 병원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규모 있는 종합병원치고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




건강, 그리고 나이 듦에 대하여

사흘의 입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남편은 열흘간 스테로이드 약을 복용해야 했다. 하지만 차도는 뚜렷하지 않았다.


의사는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술은 피하고, 충분히 쉬라”고만했다.

남편이 쉰을 넘기며 이런저런 몸의 신호가 찾아오는 걸 보니, 문득 나이 듦이 실감 났다. ‘앞으로는 한국에서 의료를 받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스쳤다.

언제나 건강할 거라 믿었던 남편이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은 낯설고 안쓰러웠다. 무엇보다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부디, 남편이 다시 예전처럼 건강한 모습으로 곁에 있어 주길 바랄 뿐이다.





by 23년 차, 자카르타 언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