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으로 자비심이 드러나다

베트남 스님의 자비

by 강가

전체이면서 부분. 한 사람의 몸은 전체이자 부분이라 한다. 한 사람의 몸으로는 전체이지만 또 더 영역에서는 부분이라는 것. 자연에서는 사람도 부분인 것처럼. 그리고 한 사람의 몸은 팔, 다리, 몸통, 머리 등의 부분들로 구성되며 내부 다양한 장기의 조화로 인해서 유지가 된다. 생존의 측면에선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부 장기가 고려되긴 하지만 어느 것 하나 필요 없다고 하기도 힘들다. 각자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더 큰 전체가 유지 되도록 변화한다.


무작정 찾아왔다.‘인연이 된다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무데뽀 정신이었다. 베트남 달랏의 선불교 수도원 (혹, 명상 센터)에 도착했다. 한국말로 하면 죽림 선불교 수도원. 베트남 발음으로는 트룩람이지만, 죽림과 트룩람은 모두 동일한 한자를 기반으로 한다. 즉, 죽림과 트룩람은 ‘대나무 숲’이라는 의미.


베트남 수도원에 아침 일찍 도착하였다. 도착을 하니, 마침 영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호주에 사는 베트남 출신 청년이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또한, 머리를 민 흔적이 보였다. 가족 종교는 가톨릭이라고 한다. 친척 중에 가톨릭 수녀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허나, 그는 불교에 심취해 수행에 정진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그의 도움을 받아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치고, 그 곳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먼저 온 영국 출신 친구도 있었다. 그의 직업은 정원사 라고 하였다. 결국 그 친구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는 진지하게 수행하러 오기보다는 문화적인 체험의 목적이 큰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 계신 스님을 비롯하여 재가자로 보이는 청년들 대부분이 음식을 먹을 때 최대한 조심스럽게 먹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 영국인 친구는 특별히 주의를 하지 않고 허겁지겁 먹었다. 먹는 행위 조차도 수행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문화가 그에게는 크게 미치지 못한 것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몇 차례 직간접적으로 그러한 행위를 삼가 하도록 다양한 경로에서 압박이 들어 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압박에 어쩌면 불만이 쌓이고 쌓였는지 모른다.

선불교의 전통이 아직도 살아 있는 곳 같이 느껴졌다. 달마 대사의 상이 곳곳에서 보였다. 또한, 한 팔로 합장하는 전통이 남아 있다고 하였다. 한 팔로 합장하는 이유는, 달마대사의 직계제자인 혜가의 한쪽 팔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혜가는 달마대사 앞에서 그의 한쪽 팔을 잘라 보임으로 그의 결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 일화가 사실인지는 불투명하나, 중요한 요점은 스승 (한자 문화권에서는 사부)에 대한 내맡김 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중요한 일부인 팔을 바쳐서라도 그의 결의를 다진 것이다.


거주하는 도중, 공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였다. 쓰레기를 치우거나, 낙엽을 쓰는 일, 물건을 나르는 일, 잡초를 뽑는 일 등 주어진 일은 다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잡초 뽑는 일에 투입이 되었다. 허나, 모기떼가 엄청나게 많았다. 그 영국인 정원사 친구는 이미 그곳에서 모기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나도 곧 그 자리에 투입이 되었지만, 모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였다. 고통 세례를 참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수행이 많이 부족함을 나타냈다. 감각적 고통에 아직도 반응을 한 것이었다. 그리곤 재빨리 방으로 돌아와 모기 기피제를 몸 이곳 저곳에 발랐다. 그러곤 다시 투입하였다. 한 스님이 이를 눈치챘는지, 곧 다른 장소로 이동시켰다. 다음 장소는, 무거운 책들이 쌓여져 있는 곳이었다. 그 곳에서 책 무더기들을 옮기는 일을 하였다. 그러곤, 스님들의 영정사진 (추정)과 달마의 사진을 옮기는 작업에도 투입이 되었다.


어느 날, 그 영국인 친구가 떠날 때가 되었다. 그는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매우 신나 있었다. 스님, 그리고 그 베트남계 호주인 친구도 함께 있었다. 그는 다짜고짜 스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였다. 잠시 동안, 스님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곧 순수 응해 주었다. 그 친구는 불상 앞에서 양손을 본인의 목 앞에 구부리고는, 토끼가 앞 발을 드는 듯한 깜찍한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동시에, 한 쪽 발은 뒤로 들어 올리고, 혓바닥도 쭈욱 내민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취향이 어떤지는 이미 그와 한 방에 며칠 지내면서 잘 알 수 있었다.


그 스님은 그에게 공덕을 쌓을 기회를 더 주셨다. 그렇게 베트남계 호주 친구와 함께 영국 정원사 친구의 공덕 쌓는 일에 동참을 하게 되었다. 꽃과 식물들을 나르는 일을 계속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스님은 나중에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그 영국인 정원사 친구에게 정중한 감사의 표현을 잊지 않으셨다. 합장 _ () _ 까지 하시면서 말이다. 영국 친구 덕분에 베트남 스님의 자비심이 빛을 발휘하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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