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지하철 여행길

26년 3월 14일

by 글날 스케치MOON

어느 날이 화창하던 가을날이었습니다.

파란 하늘을 집에서 바라만 보기 아쉬워 홀로 경의중앙선을 타고 지평으로 향했습니다.

책 한권과 과자를 한봉 사들고 경의중앙선을 타서 지하철 종점까지 가는 여행길은 단촐하면서도 설레임이 가득했었습니다.

왜 경의중앙선을 탔는지 누군가 묻더군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너무 멀지 않더라도 가을의 냄새를 맡고싶었던 마음에 그곳을 향했던것 같아요.

지하철의 얕은 진동을 느끼며 책을 읽고 싶었고, 종착역이란 마침표도 한번 찍고 싶었습니다.

조금만 외곽을 나갔을뿐인데 서울과는 다른 풍경이어서 자꾸만 창밖을 바라보게 되더군요.

지하철의 진동과 창밖의 경치는 오히려 시선을 밖으로 더 많이 빼앗네요.

집에서 출발하고 약 2시간이 지나서야 지하철은 마지막 지평역에 도착했습니다.

한가로운 역사에는 인적이 드물었고, 온김에 잠시 나가서 지평막걸리라도 한잔 먹을까 유혹이 강하게 왔는데, 외진역이라 그런지 돌아갈 열차가 많지 않아서 아쉽게 바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다시 서울/문산방향으로 돌아갈 지하철칸으로 이동해서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지하철 앞열에 자전거칸이 눈에 들면서 예전에 아빠가 팔당까지 자전거타고 오셔서 지하철로 되돌아오셨다는 말씀이 생각났어요.


한나절 잠시 다녀온 지하철 여행은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책을 들고 탔지만, 눈에 책을 담은 시간보다 경치를 눈에 담은 시간이 더 길었던 하루였어요.


서울 한복판으로 돌아와보니 이곳은 가을이 한창이네요..

단돈 1500원으로 즐긴 한나절 지하철 여행이 오래 기억될듯 하면서 따뜻한 봄날이 되는 이순간 그곳을 다시 찾고싶어집니다.


하루 반나절의 즐거운 여행을 허락한 경의중앙선,

그리고 내 발길을 그곳으로 향하게 해준 나에게..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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