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기다리다

26년 4월 1일

by 글날 스케치MOON


노란 유채꽃과 연분홍 벚꽃, 그리고 파란 하늘은 쭉 뻗은 길가에 환한 불을 켭니다.

대한민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든 제주의 녹산로에서는 이 황홀한 모습을 눈과 마음 깊이 담을 수 있습니다.

꽃은 어떻게 달력도 없이 계절을 기억하고 우리앞으로 다가오는 걸까요?

나무는 이토록 화려한 꽃을 어떻게 겨울내내 두꺼운 가지 속에 꼭꼭 숨겨뒀던 걸까요?

서로 입맞추 듯 동시에 피어난 유채꽃과 벚꽃은 서로 함께 핌으로써 각자의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합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에 둔 벚꽃은 오히려 하늘의 색을 더 밝혀줍니다

녹산로 입구 양과자회관에서 시작하여 가시리 풍력발전소까지 시속 20키로로 천천히 달려봅니다.

양쪽 길 아래를 모두 차지한 유채꽃은 바람위로 하늘하늘 몸을 자연에 맞추면서 자신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었습니다.

어른 허리까지 오는 유채부터 이제 막 바닥에서 싹이 올라온 어린유채까지 키의 크기는 각기 다르지만 함께 자라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가시리의 바람개비 풍차가 하늘의 색을 파란색과 회색으로 쉼없이 가르고, 살랑거리는 노란 유채꽃과 초록색 풀잎에서 강인한 생명의 힘이 느꼈습니다..


2024년도 3월말에 찾아갔던 녹산로는 서귀포 유채꽃 축제를 개최하고 있었지만

봄의 곁을 쉽게 내주지 않던 제주는 개화가 늦어져서 벚꽃과 유채를 함께 보기 어려웠습니다.

가시리 풍력발전소의 바람개비가 쉼없이 돌아가고

눈으로 먼저 만난 제주바람은 3월말까지도 벚꽃의 꽃봉우리 위를 덮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녹산로 벚나무는 꽃이 필때를 기다렸을 테고, 그 가지 끝에 웅크리던 봉우리도 어느새 피어났답니다.

얼마 후 나무는 벚꽃잎을 떠나보내며 안녕을 고하며 나무의 새로운 안녕을 바랄것입니다.


우리내 삶도 그래요.

누군가는 웅크린채로 아직 자신의 색깔과 크기가 안보이겠지만.

때가 되면 언젠가는 자신의 꽃을 피는 시기가 올것이고 꽃잎을 보낼때는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요.

성숙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겨울의 한기같은 고단함이 앞서겠지요

꽃을 피우는 따스한 온기와 태양의 충분한 에너지가 곧 우리 내면의 꽃을 더 환하게 피워줄꺼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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