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와 휴식

공유하는 휴

by 글날 스케치MOON

달콤한 초코렛 한조각을 입안에 넣고서 그 맛을 음미해본다.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독일산 밀카 초코렛은 여름철 뜨거운 햇빛에 녹는 속도보다 내 입 안에서 더 빠르게 녹아 들었고, 진득해진 초코렛의 향기가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치명적인 달달함과 동시에 내 몸에 대한 죄책감이 급격하게 몰려왔지만, 지금은 단맛아 필요하다.

몸으로 재빠르게 흡수된 초코렛이 내 기억주머니 속의 말더미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비록 내 몸은 미치게 달콤한 단당류의 습격탓에 혈당이 급격히 올랐겠지만, 초코렛은 회전을 멈추고 있는 내 두뇌의 에너지원으로 적절한 쓰임을 목적으로 했으니 나의 빠른 판단과 조치였다고 믿는다.


기억의 태엽을 26년전으로 돌려보니 나의 영사기에서 출력되는 수없이 많은 이미지들 속에서 동일한 얼굴의 풋풋하고 어린 두 대학생을 찾았다.

7~8월의 이글거리는 해를 온 몸으로 맞아가면 여름방학때마다 감행하던 둘만의 휴가는 내가 방금 먹은 달콤한 밀카 초코렛보다 훨씬 더 달콤한 휴가였다.


남자친구와 나는 방학때마다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녀왔다. 여러 군데 다니는 것 보다는 한군데에서 오래 머무는 편이라 숙소를 잡으면 그때부터 주변을 둘러서 본격적인 휴가를 즐기기 시작했다.

시간의 기차길을 연결해보니 여러 정거장에서 멈추었던 추억이 떠올랐다. 당시 모래시계의 붐을 타고 엄청나게 유명해신 정동진부터,,, 경주, 강촌, 춘천, 서울-월악산 자전거 여행, 충주 탄금대, 문경새재 촬영지, 단양, 충주댐, 통영/거제 여행, 남해섬 여행, 해남 땅끝마을, 전라도 담양 대나무숲과 메타세콰이어길, 창녕 우포늪, 함양, 오도재 야경, 대구 팔공산, 대학교 4학년 야심찬 미국여행 샌디에고-LA-라스베이거스까지.

아무래도 학생신분이던 우리의 주머니 사정은 늘 넉넉치 않았기에 대학 초반에는 주로 대중교통이 이동수단이었지만 대학 4학년 자차(남자친구 아버지가 사주신 일종의 족쇄였지만) 생기고 나서부터는 활동범위가 전국구로 확장되었다. 그덕에 그시절 우리는 저 멀리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과 남해안까지도 갈수 있었다.

대학 4학년때는 미국여행까지 다녀오는 용감한 도전을 서슴치 않을만큼 대담하던 20대시절이다. 다만 미국에서 렌트까지 하는 무모한 시도 덕분에 미국 땅이 얼마나 큰지 뼈저리게 알았고, 운전하며 마주한 사막 저편에서 갑자기 도시의 불빛과 건물들이 나타날 때는 지구가 둥그렇다는 사실도 새삼 깨닳았던 기억도 떠오른다.


맴맴 매미소리를 들으니 자전거 여행길에서 마주하던 휴식처에서 아오리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 한여름의 더위를 식히며 잠시 충전하던 잔잔한 기억도 난다.

자전거 뒷자리에 그 무거운 텐트를 싣고서는 어느 소도시 강변에 무작정 텐트를 치고서 야영을 했는데, 씻지 않은 쌀로 밥을 해먹고, 마땅히 씻을 곳이 없어서 인근 편의점이 붙어있는 어느 건물 화장실에 가서는 대충 고양이 세수와 양치만 했던 추억도 있다.

아마 지금 같으면 좀더 요령이 생겨서 찜질방을 가거나 작은 숙소를 찾아 화장실만 잠시 사용했을텐데 그때는 그런 생각도 못하던 어릴때라 그저 무모했다.


지금의 휴가는 그때만큼 동적이고 열정적이지 않다.

물론 내 안에 열정이 사라졌다는 것이 아니다. 주변의 상황과 환경에 맞추어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밖에 나가서 몸으로 여름을 즐기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요즘의 나의 휴가는 휴식이라는 것으로 대체했다.

요즘 트렌드라는 호캉스도 누리며 (남편의 회사에서 프로모션으로 신청 가능한 호텔을 2박씩 투숙하게 된 것이 휴가라는 단어아래 선택한 휴식이었는지도…) 난폭한 무더운 한여름의 열기로부터 다른 방법의 도피를선택했다.

어린 시절의 휴가는 산속 계곡에 가서 발을 담구는 것도, 어느 여행지를 방문하고, 차를 타고 이동해서 레저나 액티비티의 과정이 휴가였으나, 지금처럼 조금은 차분하게 실내에서 정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휴식도 휴가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 같다.

평소의 공간의 한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조금 다른점이겠지만 휴식도 우리의 휴(休)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곧 다가올 연휴에는 오랜만에 야외에 가서 느지막까지 있자고 할 예정이니 그것도 올해에 남은 휴가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나에게 휴가란,

오래된 추억의 서랍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공감이 형성되는 순간이고, 온 감각으로 그 순간에 동화하는 내 삶의 여정길이다.


남편의 손을 잡고서 물어보련다.

오늘은 나와 휴(休)를 위해서 함께 책방에 가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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