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 ] 내가 빠꾸 당하던 날

—그해, 내가 넘어졌던 자리에서

by 불망

신입 시절, 나는 늘 하나씩 막히던 아이였다.


이제는 “선생님” 소리를 듣는 자리에 서 있지만,

가끔 새로 입사한 신입을 바라보면

그 시절의 내가 겹쳐 보인다.


얼마 전이었다.

병실에서 배액관 좀 비워오라고 했더니,

복도 끝에서 신입이 식은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어나오고 있었다.


“불망 선생님… 제가 진짜 열심히 봤는데요…

저는… 이거… 못 하겠어요…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배에서… 어떻게… 배액관을… 뽑아와요…???”


말끝은 떨리고,

표정은 진지했고,

그 말은… 더 진지했다.


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설명을 잘못한 걸까?

신입의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육두문자를

간신히 삼켰다.


그 신입의 절박한 눈을 보고 있는데

문득 떠올랐다.


폴리 캡도 못 빼던 시절의 나.

환자에게 소변이 왜 안 나오냐고

40초 동안 진지하게 고민하던 나.


그때 내 손끝도

저 아이 손끝처럼

아마 똑같이 떨리고 있었겠지.


그해,

나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두 달 트레이닝’을 최초로 받은 아이가 되었다.


“자, 우리 불망이.

한 달 됐으니까 폴리쯤은 혼자 넣을 수 있지?”


“그럼요! 네네!”


나는 너무나 슬기롭게,

심지어 약간은 당당하게 대답했지만—


총.총.총.


침상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미 내 손바닥은

땀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착. 착. 착. 착.


연습 때 해보았던 그 감각 그대로

폴리 카테터를 삽입했는데,


이상하게도

소변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 왜…?”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그 프리셉터가,

아주 천천히 내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손목을 확 잡아챘고,

6층으로 거의 끌려 내려가다시피 데려갔다.


멱살만 안 잡았지,

기분은 거의 멱살이었다.


그리고는 숨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간.호.사.님.

아무래도 불망이…

트레이닝 한 달 더 해야겠어요.


저러다 진짜

대형사고 치겠다고요!!!”


그 말과 동시에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폴리 카테터 캡을…

열지 않았다.


빠꾸 당했다.


그야말로 ‘전설의 한 달 연장’이

그 자리에서 확정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한 달 더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아, 나는 병동에 오래 남겠구나.


왜냐면—
대형사고는 피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