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내가 넘어졌던 자리에서
신입 시절, 나는 늘 하나씩 막히던 아이였다.
이제는 “선생님” 소리를 듣는 자리에 서 있지만,
가끔 새로 입사한 신입을 바라보면
그 시절의 내가 겹쳐 보인다.
얼마 전이었다.
병실에서 배액관 좀 비워오라고 했더니,
복도 끝에서 신입이 식은땀을 흘리며
열심히 뛰어나오고 있었다.
“불망 선생님… 제가 진짜 열심히 봤는데요…
저는… 이거… 못 하겠어요…
뚫어져라 쳐다봤는데…
배에서… 어떻게… 배액관을… 뽑아와요…???”
말끝은 떨리고,
표정은 진지했고,
그 말은… 더 진지했다.
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설명을 잘못한 걸까?
신입의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육두문자를
간신히 삼켰다.
그 신입의 절박한 눈을 보고 있는데
문득 떠올랐다.
폴리 캡도 못 빼던 시절의 나.
환자에게 소변이 왜 안 나오냐고
40초 동안 진지하게 고민하던 나.
그때 내 손끝도
저 아이 손끝처럼
아마 똑같이 떨리고 있었겠지.
그해,
나는 전설처럼 회자되는—
‘두 달 트레이닝’을 최초로 받은 아이가 되었다.
“자, 우리 불망이.
한 달 됐으니까 폴리쯤은 혼자 넣을 수 있지?”
“그럼요! 네네!”
나는 너무나 슬기롭게,
심지어 약간은 당당하게 대답했지만—
총.총.총.
침상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이미 내 손바닥은
땀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착. 착. 착. 착.
연습 때 해보았던 그 감각 그대로
폴리 카테터를 삽입했는데,
이상하게도
소변은 단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 왜…?”
머릿속이 하얘지는 순간,
등 뒤로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그 프리셉터가,
아주 천천히 내 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 손목을 확 잡아챘고,
6층으로 거의 끌려 내려가다시피 데려갔다.
멱살만 안 잡았지,
기분은 거의 멱살이었다.
그리고는 숨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간.호.사.님.
아무래도 불망이…
트레이닝 한 달 더 해야겠어요.
저러다 진짜
대형사고 치겠다고요!!!”
그 말과 동시에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모든 준비를 다 해놓고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폴리 카테터 캡을…
열지 않았다.
빠꾸 당했다.
그야말로 ‘전설의 한 달 연장’이
그 자리에서 확정된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한 달 더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리고 그때 알았다.
아, 나는 병동에 오래 남겠구나.
왜냐면—
대형사고는 피해야 하니까.